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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록키에 도착하다.

록키, 와바쏘?

by 정윤식

캐나다 록키 가족여행이 7.13일~7.21일까지 총 9박 10일 이었습니다. 저는 회사 일 때문에 한국에 먼저 왔고, 가족들은 사촌 누나집에서 기거 하면서 밴쿠버에서 한달 살기(5주) 일정일 지내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어제 가족들이 길고도 짧은 밴쿠버 한달 살기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저의 여행기는 이제서야 삼일차(7.15일)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간의 시차를 메울 방법은 부지런히 글을 쓰는 것입니다. 이제 드디어 록키에 도착합니다.


제목 : 드디어 록키에 도착하다. (록키, 와바쏘?)

Finally, we arrived in Canadian Rockies. 드디어 록키에 도착했다. 록키 산맥을 북에서 남으로(재스퍼 ~ 밴프) 내려오는 코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록키는 롭슨 마운틴이다. 북미 최고봉 3954m의 산의 위용을 드러냈다. 나는 알프스와 히밀라야 산맥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주 높다는 인상을 아니었지만, 주변의 산세와 어울려져 있으니 캐나다 록키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차에서 다 내려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초1 딸아이는 쉬가 마렵다며 적당한(?) 곳을 물색하고 있었다. 초딩 1학년생 답게 짧은 영어를 날린다. “May I go to 쉬 누러?”


롭슨 마운트는 위압적이지 않게, 저 멀리 한국에서 온 5명의 가족들을 반겨주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달려온 그 사이에 브리티쉬 컬럼비아 주와 알버타 주를 나누던 시간변경선을 지나온 모양이다. 그 사이에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더 지나가버렸다. 난생처음 땅에서 맞이해 본 시간변경선이었다. 광활한 캐나다 땅은 5번은 시간대가 존재한다고 한다. 역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나라는 스케일도 남달랐다. 재스퍼로 들어가는 도로는 중간 중간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10월이 넘어서면 눈이 내리고 쌓여서 공사가 여의치가 않아서, 한 여름 바짝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인 듯하다. 때로는 10여분을 기다리면서, 사람들은 다급해 하지도 않고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지루한 기다림을 견디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에 선정될 만큼 재스퍼에서 밴프까지 이르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는 그야말로 산, 빙하 그리고 호수의 향연이었다. 수천년, 수만년 전에 만들어진 높은 산위의 빙하에서 녹은 물들이 굽이굽이 강을 이루고, 호수를 만들어내는 풍경을 담아냈다. 재스퍼에 도착은 했지만, 아직 숙소인 휘슬러 캠핑장 Check-in시간이 남아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휘슬러 캠핑장을 지나서 아이스필드 하이웨이로 진입해서 조금 가다보니, 와바소(Wabasso) 캠핑장이 보였다. 옆에 와이프가 “저 캠핑장 이름이 와바소네?”라고 말하자, 뒷좌석 초딩 2명이 장난끼가 발동한다. “와바쏘?? 엄마 여기 록키 와바쏘?” 라고 초3이 얘기하자.. 초1이 답한다. “오빠? 무라노? 난 안 와바쏘.”라고 말한다.


아이들 덕분에 “무라노” 차 안에 웃음 꽃이 피기 시작했다. “엄마, 여기는 옛날에 경상도 사람들이 온거 같아. 차도 무라노, 캠핑장도 와바쏘. 어때 웃기지 않아?”라고 말한다. 아마도 한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깔깔대며 자랑삼아 얘기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와바소 캠핑장을 지나 애서베스카 폭포(Athabasca Falls)에 도착했다. 빙하에서 내려온 물들이 큰 낙차를 두고 떨어지는 폭포였다. 가장 색다른 점은 물 색깔, 소위 때깔이 달랐다. 빙하가 녹은 물이 주변 대지와 산을 깎아서 내려와서 물은 매우 불투명했다. 미네랄과 아주 고운 광석입자들 때문에 물 색깔이 뿌옇다. 나는 엄청나게 많은 “쌀뜨물”을 본 기분이었다. 강 상류에서는 이렇게 뿌연 쌀뜨물에서 하류로 갈 수록 침전되고 매우 맑은 물로 변한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처음에 느꼈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침전되지 않고, 그대로 우리의 마음에 남아 상류에서는 뿌옇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굽이 굽이 쳐서 물길을 내려다가보면, 마음의 감정들은 가라앉고 마침에 맑은 물로 변한다. 어쩌면 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애서배스커 폭포와 같은 지도 모른다. 회사, 가정, 사회생활에 지쳤던 내 마음의 감정들이 뿌연 쌀뜨물처럼 강을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뿌연 강물은 푸르게 푸르게 블루리버처럼 바뀌지 않을까? ... 라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초딩들이 말장난이다. “오빠.. 여기 폭포 와바쏘?” “민예야, 여기 폭포이름이 애써베스카래?, 우리 여기 애써 봐쓰까?(애써서 봤을까?)라고 장난이다.


잠시 시원한 폭포수의 반짝이는 물을 흠뻑 받으며,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근데 그 벤치가 신기했다. 어떤 사람의 기념하기 위해 만든 벤치였다. 십여년에 여기 폭포에서 미끄러져 유명을 달리한 어느 청년을 기리기 위해서 부모님이 만든 의자였다. 엄마는 옆에서 까불고 설쳐대는 아이들에게 감화문을 얘기하고 있었다. “민우, 민예야, 여기서 장난 심하게 쳐서, 저기 폭포 아래로 떨어지면 죽을 수 도 있어. 그러면 여기 앉아 있는 의자가 되는거야? 그러니깐 장난 심하게 치지 마라.”라고 얘기했다. 캐나다는 어느 공원, 관광 명소에 가면 대부분의 벤치들은 누군가가 기부한 게 많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OO 아버지를 기리며”라고 자녀들이 벤치를 기증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 쉼을 마련해주고, 쉼을 얻은 사람들이 돌아가신 그 분께 감사하는 맘이 자연스럽게 만드는 이런 문화가 참으로 부러웠다.


잠시 시원한 폭포에서의 여행을 끝내고, 근처 이디스 카벨 산으로 향했다. 이디스 카벨산에 가면 가까운 곳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30여분 걸려서 도착한 이디스 카벨산 입구는 통제 중이었다. 아마도 도로 곳곳을 보수하거나, 도저히 접근이 불가능한 도로여건 인가 보다 했다. 그래서 주변 지역을 검색하다가 밸리 오브 파이브 레이크(Valley of Five Lakes) 트래킹 코스로 향했다.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초보자용 트래킹 코스였다. 근데 우연찮게 찾아가 그 곳은 정말 이뻤다. 록키 여행 중 다섯 손가락에 들만큼 아름답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트캐킹 코스였다. 정말 강추한다.


트래킹을 마치고, 휘슬러 캠핑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쳤다. 이제 곧 저녁 먹을 시간인데, 아직도 해는 중천에 있다. 이제 록키 여행의 상류에 있다. 애서베스카 폭포에서의 뿌연 빙하물들이 침전되어 어떻게 맑은 애머랄드 빛으로 변하는지 기대가 된다. 록키, 와바쏘? 아직 안 와바쏘? 그럼 빨리 와보쏘.

재스퍼에서 사온 알버타 소고기를 먹으며, 긴 여름의 록키의 하루가 지고 있었다. 당신의 인생의 록키.. 와바쏘?


P.S 캐나다 록키에 간지 벌써 2달이 다되어 가는데, 이제야 시작이네요. 빨리 캐나다 록키 여행기를 마무리 짓고, 다른 글쓰기를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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