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끝판왕, 모레인 레이크에서 카누를 타다.
컬럼비아 빙하 체험을 마친 후에 캐나다 로키의 거점도시 밴프로 향했다. 밴프로 향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는 3000미터 내외의 산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보우 고개(Bow Peak)를 넘어서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는 페이토 호수로 잠시 들렸다. 명성대로 초록빛 호수를 뒷배경 삼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변의 산세와 어울러진 모양이 과연 명성다웠다. 그 명성을 대대로 세습(?)하길 바랬다. 여전히 사람의 흔적이 닿지 않은 페이토 호수가 되길 마음 속으로 빌었다.
다시 걸음을 돌려 레이크 루이즈 마을로 향했다. 오후의 해는 여전히 하늘에 떠 있으며, 기나긴 여름을 지탱하고 있었다. 레이크 루이즈는 내일 가기로 하고, 그 유명하다는 모레인 호수로 향했다. 그런데, 모레인 호수로 들어가는 입구에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통제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들어가는 길이 2차선이라서 길가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제한다고 한다. 오늘 일정은 어쩔 수 없이 마감하고 밴프로 향했다. 밴프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캐스케이드 산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마치, 떡시루를 산 위에 그래도 올려놓은 모양의 산이었다. 그날 저녁 투잭 레이크 사이드 캠핑장에 짐을 풀어놓고, 이른 저녁을 준비하고 쉬기로 했다. 아이들이 캠핑장 앞에 있는 그림같은 투잭 레이크에서 물놀이를 한다.
저 녀석들은 어딜가나 물장난이 좋은 모양이다. 그림같은 장면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 중에 가장 멋진 순간이고 풍경이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무 장작에 불을 붙이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아!! 무엇을 본다는 생각에 너무 돌아다녔다. 그저 호수에 앉아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BGM삼아 맥주 한캔으로 오늘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쿨쿨.. 그 날 저녁 단잠을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레이크 루이즈로 향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대고, 유료 주차장에는 차량이 어느덧 채워져가고 있었다. 록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호수를 보았고, 지나쳐왔다. 보통은 모레인 레이크, 페이토 레이크, 헥토르 레이크 등과 같이 OOO 레이크로 이름이 불리워졌다. 하지만 루이즈 만큼은 달랐다. Lake Louise였다. 아마도 레이크 루이즈 만큼은 다른 호수와는 경치나, 호텔이나, 경관이 남달라 별도의 이름을 부여받은 건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빅토리아 여왕의 사랑스런 루이즈 공주님의 이름을 이어 받아서 레이크 루이즈라 명명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곳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혼자서 상상을 해봤다.
레이크 루이즈에서 남들과 똑같이 사진을 찍고, 1시간 남짓 산책을 한 다음에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모레인 레이크로 이동했다. 모레인 레이크는 일반 차량이 아닌 셔틀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근처 Overflow Parking Area로 이동하고 주차를 하고 모레인 레이크행 셔틀버스(노란색 스쿨버스)에 탑승했다. 여기 사람들은 엄청난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오버플로우 주차구역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인파와 차량을 물을 넘치는다는(Overflow) 표현을 쓰는 걸 보니, 캐나다 사람들의 언어표현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머리 속에 레이크 루이즈, 모레인 레이크의 다른 점과 오버플로우 주차구역에 대한 언어특이성을 브이 표로 체크하고 덜컹대는 버스를 탔다.
모레인 레이크는 정말 그야말로 호수의 끝판왕이었다. (와이프의 표현에 따른자면) 그 어느 호수보다도 호수 색깔이 남달았다. 소위 때깔이 달라고, 노는 물이 달랐다. 아이들이 카누를 타자고 성황이었다. 그래.. 이왕에 이렇게 된거 카누를 타기로 했다. 카누는 호수를 가르며 물살을 갈랐다. 마치 딸 아이의 머리 쪽을 빗으로 가르는 것처럼 파동을 일으키며 우리 가족의 마음을 가로질렀다. 재스퍼에서도 피라미드 호수에서 캬약을 탔었는데, 모레인 레이크에서 카누까지 체험한 셈이었다. 캐나다 록키에 와서 카약과 카누 모두 체험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호사를 언제 또 누려보겠는가? 2시간 정도 카누를 타니 내 눈도 초록색으로 변한 것 같다. 아!! 체력이 떨어지는 현상이었다.
호수들의 향연, 레이크 루이즈과 모레인 레이크는 그렇게 나의 마음을 가르며 들어왔다. 어디서 왔건, 누구와 왔건, 호수는 담담히 묻는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자연, 행복, 미래, 희망, 소망.. 그 말들 가져다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물음이 되어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피곤했던지 다들 게으른 졸음을 꾸벅꾸벅이고 있었다. 다시 렌트카를 돌려 밴프로 향했다. 아이들이 뒤에서 난리다. “오늘 갔다온 호수가 모래?” “아.. 오늘 갔다온 호수이름은 모레인이야. 그럼 우리 모레도 모레인 올까?” 하며 까르르 웃는다.
우선 내일 지나면 모레도 오겠지. 언젠가 다시 “모레”가 되면 모레인 호수에 다시 올 거라고 다짐해본다.
P.S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캐나다 여행기.. 아무도 읽지 않은 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제 추억을 기억하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