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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에서의 마지막 날, 설퍼산에 오르다.

Farewell Canadian Rockies

by 정윤식

어제 아침부터 레이크 루이즈와 모레인 레이크를 둘러보며, 캐나디언 록키의 호수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보우 밸리 파크웨이 도로상에 있는 존스톤 트래킹 코스까지 밴프에서의 두번째 밤이 지나갔다. 오늘은 아침 일찍 텐트를 정리하고, 설퍼산 케이블카로 향했다. 사실상 록키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언제 다시 밴프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섭섭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제 며칠 후에는 나혼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해야 한다. 나는 회사때문에 8박 10일 일정으로 캐나다 록키여행까지 하고, 아내와 아이들은 총 5주 동안 밴쿠버에서 지낼 예정이다. 예일 타운 근처에 있는 사촌누나 집에서 숙소를 정해놓고, 어린이 캠프, 휘슬러 산악자전거 체험, 시애틀 여행 등으로 밴쿠버에서 한달 살기 체험을 할 예정이었다.


이래 저래 여행도 마무리 되고, 가족들과의 얼마 남지 않은 여행시간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설퍼산 케이블카도 9시가 넘어가면 관광객으로 1~2시간 시간을 기다리는 건 예사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티켓으로 설퍼산 케이블카에 탔다. 초3 아들녀석이 케이블카를 좋아한 탓에 통영, 설악산, 부산 송도, 사천 케이블카를 타 본적이 있어서 별스럽게 무섭진 않았다. 하지만 케이블카는 고도를 높여서 2천 미터 상공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전망대까지 10여분을 삼손산 정상(Samson Peak)에 이르렀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도 보이고, 주변으로 2~3천미터 산들이 위용을 드러냈다. 아! 여기가 록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삼손산 정상에는 기상을 관측하는 조그만 벽돌집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기상상태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사람에게는 일상적으로 펼쳐진 이 광경이 기온, 풍속, 날씨를 기록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외롭게 이 산 정상에서 추위, 외로움과 무서움에 떨었던 마음이 느껴졌다. 아이들과 여기저기 사진을찍기도 하고, 밴프에서의 마지막 시간들을 기록하고 기억했다. 360도로 펼쳐진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작은 질문을 던지고, 내 마음에 기록을 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전망대로 향했는데, 벌써부터 관광객들로 붐볐다. 케이블카로 내려오니, 2시간 이상은 족히 기달려야 할 정도의 인파들로 북적였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고 하는데, 일찍 돌아다니는 관광객이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밴프를 떠날 시간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요호 국립공원에 있는 에메랄드 레이크였다. 호수 이름이 에메랄드이니 할 말 다했다. 다음 목적지인 오카나간 밸리에 있는 킬로나까지 가는 길에 중간 경유지였다. 에메랄드 레이크에서 잠시 쉬며, 멋진 호수 빛깔을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아이들은 이때다 싶어서 에메랄드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며 물장난을 했다. 저렇게 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는데, 다음부터는 포항에 있는 월포, 칠포, 영일대 해수욕장 등으로 자주 다녀야할 것 같다. 아이들에겐, 멋진 풍경도, 아름다운 물색깔보다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물의 촉감인지도 모른다. 물을 뒤집어 쓰고, 물장구 치며 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마음이 에메랄드 색깔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에메랄드 호수를 떠나 와인으로 유명한 오카나간 밸리에 도착을 했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미션힐 와이너리에 들러서 그림과 같은 오카나간 호수를 보고, 화이트 와인도 2병을 구입하였다. 캐나다 와인은 아이스와인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고 한다. 마치 바다와 같은 오카나간 호수에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 했다. 밤이 깊어가고, 어느 덧 시차에도 적응이 되었지만 그 날 밤은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이제 곧 닥치될 일상의 무거움이 생각난 탓이었다. 소설가 김훈 선생이 얘기한 “밥벌이의 지겨움”이었다. 그 밥벌이의 지겨움은 이곳 록키, 오카나간에 살고 있는 캐나다 사람에게도 있을 것이다. 밥벌이의 지겨움이 지겹지 많은 않도록 한 병의 와인, 가족과의 단촐한 저녁식사에도 깃들어 있다.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서 느끼게 된 여행의 즐거움과 밥벌이의 지겨움이 동면의 양면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단순한 생각을 깨닫기 위해 난 이렇게 멀리도 왔구나 싶었다.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새벽녁, 잠에 깨어 밤하늘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 날밤, 별빛도 영롱하게 내 어깨에 떨어졌다. Farewell Canadian Rockies..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P.S 실제적인 캐나다 록키여행은 이것으로 마무리입니다. 이제 1편 남은 캐나다 여행을 갈무리하겠습니다. 그 날을 위해 캐나다 와인 2병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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