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나간 화이트 와인과 함께한 마지막 밤
오카나간 호수에 있는 킬루나(Kelowan)에서 아침일찍 식사를 하고, 밴쿠버로 향했다. 밴쿠버에 가까워질 수록 금요일 오후인지 밴쿠버에서 나오는 차량들의 행렬이 점점 길어졌다. 물론 시외에서 밴쿠버로 들어가는 차량도 점점 밀리고 많아졌다.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3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서울 만큼은 아니지만 주말마다 자연을 즐기려는 긴 차량의 행렬이 반복이 되나 보다. 반대편 도로는 업친데 덥친 격으로 교통사고까지 있어서 10킬로 넘게 차량이 꽉 막혀 있다. 캐나다 록키에서 광활한 산과 호수를 보다가 밴쿠버에 점점 가까워지니, 사람들 만든 거대한 산(높은 건물)과 인파들의 호수가 넘쳐나고 있었다.
인간은 그렇게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 차를 타고 또 이동하고, 막힌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상한 존재이다. 과연 인간이 이룩한 문명이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질문에 대답이 뒷좌석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9일동안 2300킬로를 타고 다녔으니 피곤할 만하다. 나 또한 밴쿠버에 가까워오자,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밴쿠버 근처에 있는 포트 무디 근처에 있는 벨카로 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나 없는 동안 아이들은 벨카라 호수 근처에 있는 사사멧 캠프에 참여할 계획이다. 사전 답사로도 할 겸 주변을 둘러보고 산책하기로 했다. 아주 따사로운 햇살 아래, 부모들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마냥 뛰어놀고 있었다.
그 어느 하나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강가에서 뛰어놀거나, 작은 바닷가에서 모래파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소리들이 넘실거렸다. 그리고 작은 선착장에서는 닭다리를 낚시줄에 끼워놓고 게를 잡고 있었다. 나른한 오후의 풍경이었다. 시간이 되면 캬약이라도 즐겼을 텐데, 아쉬움을 달랬다. 그들의 일상이 부러웠다. 워라밸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설명이다. 쫓기지 않고, 지나치게 경쟁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인정하고, 자연을 보전하고 함께하는 삶이었다. 그 삶을 닮아가고, 그 삶을 실천해야 하는 과제와 질문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저녁에 도착해서, 내일 출발할 짐을 정리했다. 렌트카도 내일 반납해야 했기에 짐도 내려놓고 정리를 했다. 그 날 저녁, 누나네 식구와 함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오카나간에서 사온 화이트 와인 2병을 마셨다. 안주는 오카나간에서 사온 초콜렛이었다.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이민생활을 누나에게 들었고, 한국에서 치열한 경쟁생활도 나눴다. 대한민국과 캐나다 사이에 놓여 있는 태평양의 간극 만큼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달랐다. 그렇다고 캐나다에서의 삶이 대한민국에서의 삶보다 더 훌륭하고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각자의 선택의 몫이고, 또 그 선택 안에서 각자의 삶의 색깔은 다르기 마련이다. 캐나다, 마지막 밤을 보냈다. 화이트 와인 2병의 취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밤은 깊어가고, 삶은 계속된다.
P.S 그동안 캐나다 여행기를 읽어주신 독자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담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