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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Nov 21. 2018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불렀습니다. 대리운전을 기다리는 동안 식당 한 구석에 써 있는 시를 한 편 발견했습니다. 고기집 사장님의 문학적 감수성이 폭발하는 시였습니다. 약간의 취기에 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문구를 떠올리며 11월 차디찬 밤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W자의 카시오페이야, 오리온 자리, 북두칠성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은 차가운 얼음이 빛을 받아 반짝이듯이 영롱한 빛을 쏘고, 검푸픈 밤하늘엔 초등달이 산능성이에 걸터 앉아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11월이면 어김없이 건즈앤로지스(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을 들었습니다. 친구들과 카세트 테잎을 틀어놓으면 아주 긴 전주(1분 15초)을 듣고서야 엑슬 로즈(Axl Rose)의 걸죽한 보컬이 등장합니다. 1분 정도 지나면, 플루트가 나와야 그제서야 전주가 끝난다는 친구들의 팁을 서로 전파했습니다.


 그 시절 나의 아버지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로 가을을 추억하고, 나와 내 친구들은 건즈앤로지스의 “November Rain”로 가을을 추억했다. 그 땐 11월이 나의 최애 달(Month)였다. 하지만 지금은 공휴일이 하나도 없는 무미건조한 달이 되어버렸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 가을이 가득하지만, 그 가을을 즐기지도, 추억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한 중년 아재가 되어 버렸다. 다시 한번 별 헤는 밤을 읽어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이렇게 별을 하나씩 헤어,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과 시를 불러본다. 밤하늘의 별을 헤지 않고, 저 태평양 너머 뉴욕 증시를 헤어야 하는 경제동물로 변해버린 나를 반성해본다. 아직도 밤하늘에는 가을이 가득하다.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가을을 추억하고, 올해를 기억하고, 삶을 기억해야 한다.

Novermber Rain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Sometimes I need some time on my own. Somtimes I need some time all alone. Everybody needs some time all alone. 그러하다. 가을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때론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혼자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번 가을은 나혼자, November Rain을 들으며, 별 헤는 밤을 읽으며, 그렇게 보내보련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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