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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22. 2019

치킨 쿠폰 9개를 보며 조국을 생각하다.

10개에서 1개가 부족한 쿠폰을 보며, 떠나버린 그의 행운을 빌어본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여행 마그넷이 여러 개 붙어있다. 원래 여행 마그넷을 모은 적이 없었는데, 작년에 캐나다 록키 여행 이후에 하나둘씩 모아두었다. 간혹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샌프란스시코 금문교를 보며, 즐거웠던 시절을 간혹 생각해 내곤 한다. 그리고 냉장고 윗편에는 국군의 날 행사에 무공훈장을 가득 붙인 어느 군인처럼 치킨집 쿠폰 9개가 무공훈장처럼 붙어있다. 마지막 1개를 더 모으면, 영예로운 “후라이드 치킨”을 받을 수 있는 영예가 주어진다. 퇴근길이나 주말 저녁이면, 테이크아웃 2천 원 할인을 받고 차 안 가득 양념치킨의 향내를 느끼며 가족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배달을 하곤 했다.

 

 이미 영예로운 “후라이드 치킨”을 두 번이나 받으며, 서비스로 주는 치킨이 돈으로 산 치킨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바삭함과 양에 만족하며 난 맥주를 마셨고, 아이들은 콜라를 한잔씩 마시곤 했다. 그런데 9장을 모으고, 마지막 1장의 쿠폰이 간절히 필요했던 7월부터 자동음성이 흘러나왔다. “본 영업점은 정기휴무입니다. 다음에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멘트에 여름휴가를 일찍 가는가 보다 생각을 했다. 미국 여행을 다녀오고, 대한민국 치킨 맛이 그리웠던 우리 가족은 간절한 마음으로 마지막 1장의 쿠폰을 득템하기 위해서 다시 주문전화를 걸었다. “본 영업점은 정기휴무입... “ 나는 자동음성을 차마 들을 수 없었다.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1장만, 딱 1장만 받으면 되는데, 지금껏 모은 9장의 ‘무공훈장’은 그 의미가 퇴색해버리고 말았다. 쿠폰 속에 태진아 아저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난 슬펐다. 첫째, 9장의 쿠폰이 아까웠다. 둘째, 포항에 와서 발견한 맛있는 치킨집이었는데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 오픈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가게를 “정기휴무”할 수밖에 없었던 사장의 심정을 생각하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냉장고에 붙어 있는 치킨 쿠폰 9개를 보며 조국을 생각했다.


 일본과 경제전쟁, 북한과 쉬이 풀리지 않은 외교,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양극화를 겪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보았다. 또한 신문에, 방송에 숱하게 나오는 조국을 생각해본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까지 사실인가?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그토록 조국의 임명을 반대하는 것일까? 왜 나머지 6명에게는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왜 그토록 조국의 임명을 방어하는 것일까? 현실판 스카이캐슬을 보며 대다수 서민들이 실망을 한 것일까? 그래서 서민교수는 조국교수를 위해 칼럼을 쓴 것일까?


 9장의 쿠폰을 모았다. 하지만 단 한 장을 채우지 못해서 난 “후라이드 치킨”을 받을 수 없었다. 조국 또한 9장의 쿠폰을 모았을지 모른다. 잘생김, 학문적 업적, 검찰개혁, 정치적 신념 등.. 9장의 쿠폰을 모았다. 하지만 마지막 1장을 채우지 못해서 그가 그토록 바라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바랬던 “후라이드 치킨 : 법무부 장관”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조국에게 마지막 1장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마지막 1장은 누가 채워줄 것인가? 나 또한 그 어떠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도 그처럼 “후라이드 치킨”을 못 먹어서 안타깝다. 다만, 높은 임대료에 버티다 못해 “정기휴무”한 치킨집 사장님에게 1장의 책임을 지울 순 없다. 무엇보다 맛이 있었고, 서비스 치킨에도 술수를 쓰지 않은 사장님에게 부디 행운을 빌어본다. 마지막 우리 가족이 먹어야 할 서비스 후라이드를 할 수 만 있다면 사장님에게 드리고 싶다.


 10개에서 1개가 부족한 쿠폰을 보며, 떠나버린 그의 행운을 빌어본다. 그를 떠나보내버리는 조국의 현실에 답답해하며, 이런 조국을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은 조국의 곤란함을 생각해본다. 결국 최순실의 악의적 욕심도 자식 문제 때문에, 조국의 선의적 대의도 자식 문제 때문에 좌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조국의 현실이 마치 쿠폰 9개와 같아서 안타깝다. 난 오늘 쓸데없이 쿠폰 1장 때문에 센티해지고, 안타깝다. 그래도 가장 안타까운 건, 떠나버린 사장님이다. 씁쓸하게 9명의 태진아가 노란 옷을 입고 웃고 있다. 마냥 웃을 수밖에 없는 씁쓸한 웃음이고, 씁쓸한 조국의 현실이다.


P.S 어서 그 사장님이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그럼 1장의 쿠폰도 채울 수 있다. 조국도 1장의 쿠폰을 채워서 서비스 후라이드를 받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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