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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n 25. 2020

10년, 뜨거운 안녕

서른 다섯, 서른 하나

 얼마 전 출근길에 음악을 들었다. SBS 신의 목소리란 프로그램에서 정인이 “뜨거운 안녕”이란 곡을 불렀다. 몇 번을 재생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기타 선율, 퍼큐션의 비트와 어울리진 정인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떠올라 자우림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도 연속해서 들었다. 나는 출근버스 안에 앉아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색에 젖어 나 혼자 콘서트를 즐기고 있었다.


 회사 컴퓨터를 켜고, 오전에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회사 메신저로 한차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잘 지내시나요?”는 일상의 안부를 물어오는 클리셰 같은 톡이었다. 나 또한 “간만이네요. 그럭저럭..”라고 톡을 넣었다. 그러자 예상을 깨는 답이 돌아왔다. “저 퇴사해요” 란 말이었다. “퇴사”라는 결론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나도 17년 차 직장인이지만, 퇴사할까 말까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그래도 한차장은 10년을 넘게 다녀온 첫 회사인데, 떠난다고 하니 아쉽기도 했지만 새로운 출발이니깐 축하가 먼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과거를 보면 위로를, 미래를 보면 축하를”이란 톡을 보냈다. 그리고 아침에 들었던 노래 레퍼토리를 한차장님에게 말을 했다. 2010년 3월에 입사를 한 한차장과 나는 4살 차이다. 그때가 내 나이 서른 다섯, 한차장은 서른 하나였다. 십 년 전에 일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함께 3~4년 열심히 일했던 기억도 났다. 젊은 시절, 지금보다 눈에 힘이 들어가 있던 나이, 밤늦게 일하고 다음날 일어나도 가뿐하게 일어나던 나이.. 나름 치열하게 살았던 나날들이었다.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10년 전 우리 팀 라인업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멤버 구성일 거라고.. 팀원 다섯에 나 빼고 4명이 박사이고, 1명은 석사였다. 또한 팀장님은 상무가 되고, 어리바리 정대리는 정팀장이 되었다.


 마흔 다섯, 마른 하나가 되어 서른 다섯, 서른 하나의 시절을 떠올려 보니 “나도 젊었군.. 나도 열심히 살았네.”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때의 열정, 똘끼, 빛나는 눈빛”을 잃어버린 지금이 부끄러워졌다. 오래된 사진을 보며, 촌스런 헤어스타일, 옷차림을 발견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젊은 날의 나를 보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넌 왜 이리 눈빛이 흐리멍텅해졌니? 니가 꿈꾸던 꿈은 이루고 사니?” 라는 물음에 선뜻 답을 꺼낼 수가 없다. 10년 전, 나와 한차장 생각을 하다가 금세 추억에 빠지고 말았다.


 한차장은 30대 시절 전부인 10년을 첫 회사에서 보냈다. 포항, 서울, 광양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이동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이제 10년,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 포항에 오면 내가 “무한 물회쿠폰”을 제공키로 했다. 나도 언젠가 퇴사를 하겠지.. 그때도 뜨거운 안녕을 고하겠지.. 언젠가는 우리 모두 뜨거운 안녕을 불러야 한다. 정든 회사에서, 정든 지구에서 떠날 것이다. 내가 계획해서 떠날 수 도 있고, 느닷없이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녕”은 언제나 아쉽고 안타깝다. 하지만, 한차장과 다시 만나는 날을 기억하며, 그때는 Good-bye 안녕보다는 Hi 안녕으로 화답하리라. 지금의 뜨거운 안녕(Hot Good-bye)은 다음번 뜨거운 안녕(Hot Hi)가 되길 간절히 빌어본다.


P.S 한차장님, 뜨거운 안녕을 보냅니다. 서른 하나 ~ 마흔 하나, 10년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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