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Oct 07. 2021

벌써 10월

8월을 10월을 불러야 하는 사연

 인간이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는 계절의 첫 시작은 바로 3월입니다. 3월이 원래 1월이었습니다. 7월은 원래 5월(Quintilis)이었는데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기리기 위해서 인간이지만 신이 되어버린 율리우스는 July가 되어서 인류 최초로 달력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첫 번째 인간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인간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아들인 아우구스투스입니다. 그의 이름을 따서 8월은 August가 됩니다. 10월은 원래 8을 뜻하는 Octo에서 나왔지만, 1,2월이 새로 생겨서 2개월이 밀리면서 10월이 됩니다. 이렇게 한 계절은 3개월로 만들어지고 1년은 12개월이 된 셈입니다. (문어의 다리가 8개라서 Octopus인 거 다들 기억나시죠?)


인간의 인지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 이렇게 하는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3,4,5월(봄)을 1,2,3월로 명명하고, 6,7,8월(여름)을 4,5,6월로 명명하며, 9,10,11월(가을)은 7,8,9월로 하고, 마지막으로 12,1,2월(겨울)은 10,11,12월로 하는 겁니다. 혹시 나중에 세계 정부가 생겨서 독재자가 그렇게 바꿀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면, 그렇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인지는 10진수가 가장 자연스럽지만, 이 세상의 시간은 10진수로 읽히지 않고, 12시간, 12개월인 12진수가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0월을 8월(October)로 불리는 인지적 부조화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인식체계와 현상과의 괴리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빨간색 신호등이라는 현상을 색맹이라는 인지적 어려움 때문에 빨간색으로 구분하지 못합니다.


 벌써 10월입니다. 10월이 오자, 전 제 인식체계와 현실 앞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내가 원하는 직장생활을 내가 하지 말아야 했던 말들과 오만한 생각들.. 그 가운데 마음을 상했던 수많은 동료들의 마음, 내 욕심과 오판 때문에 회사에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내가 꿈꾸는 회사와 회사에서 내 행동과 언행 사이에서 인지적 부조화를 겪기도 합니다. 나는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유학을 보내주지 않은 상황에 대한 원망도 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0월은 아직 계절의 끝이 아닙니다. 가을은 아직 10,11월까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12,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 마음의 욕심도 하나씩 낙엽처럼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만 남기게 될 것입니다. 벌써 10월이긴 합니다. 인지와 현상의 부조화를 인정하고 앞으로 남아 있는 가을을 풍성히 채우고, 다가올 겨울에는 내 마음의 욕심, 착각과 원망을 떨구어 보길 기원해봅니다. 가을이라 센티해져서 글을 남겨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