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만이 봄비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김현식 - 비처럼 음악처럼

by 재영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비는 어제까진 아프지 않았다.


요란한 밤이었다. 시간은 마음과 이화작용異化作用을 하는 것이 분명했고, 생성물이 어느새 폐에 가득이라 뱉지 않고는 못 배겼던 밤. 울림이 어찌나 강했던지 머리 위로 쌓인 열 개의 층層이 다 박살이 난 듯 빗물이 줄줄 새서 온 바닥에 흥건했고, 심장은 물론 당해낼 요량이 없었다. 둥둥 뜨는 약속의 선율들은 지용성脂溶性. 시끄럽다는 짜증인지, 덜 창피하라는 배려인지 봄비는 한 계절은 빠른 크기의 볼륨. 그럼에도 덕지덕지 붙은 오해와 미움은 씻기지 못했고, 이에 아쉬운 비는 네 고왔던 얼굴만 굳이 담아 흘렀고, 물은 순환하니까, 지금 뜬금없는 이 곳에 이 시간에 다시 추적추적 오고야 만다.


그렇게, 비는 어제까진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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