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잊으면 정말 내가 잊히니까

Damons Year - Salty

by 재영
지워지면, 내가 잊혀지면, 나는 어디론가 떠날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로 거릴 헤매겠죠.


으스러진 약속들의 부스러기는 이제 오히려 뜸해서 섭하다. 마대 채로 담아내며 투덜대듯 담배연기와 독주를 들이켰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언제라도 머리부터 땅에 처박힐 수 있도록 걸어 다녔기 때문인가 해서, 숨길 눈물이 말라버린 고개를 숙여봐도 하루에 잘해야 한 톨. '너를 깔끔히 거둬낼 수 있게 해 주세요.' 오 년 전의 기도는 (나도 몰랐지만) 스스로를 세상에의 미련에서 구원해 달라는 의미였고, 덕분으로 난 이렇게 매일 찬찬히, 즐거웁게, 낮밤 없이 자살한다. 종말을 향한 여정을 차마 그만둘 수 없음은 그 위에 네가 있음에. 또, 비단非但 먼지를 건져냄 뿐만 아니라, 이 배회마저 너를 그림의 존속存續이기에. 이렇게, 내 모든 걸음과, 웃음과, 배설과, 눈길과, 호흡과, 수면과, 식사와, 한숨과, 생각과, 휴식과, 눈물의 이유는 몇 해를 유일했다. 의식 따라 손등 너머의 태양이 흐릿한 회한은 분명 나의 소멸에 까닭이 있지 않으니까.

keyword
팔로워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