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봄

권순관 - 그렇게 웃어줘

by 재영
어느새 이 계절이 끝나가네.
같은 길을 걸어준 너에게 이제는, 이제는 이별의 인사를 전해야 할 시간


우리가 가장 사랑하던 계절이 다시 왔네.

봄비가 장맛비처럼 후다다닥 내리고 나면,

봄햇살이라기엔 조금 더 성이 난 것들이 꽃화관 두른 웅덩이에서 소란한,
그래서 아직 서늘한 바람이 산들거리며 어르고 달래야 하는 풍경.
가디건을 입기엔 땀이 송송 나고, 그렇다고 반팔티만 입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몸에 열이 많은 나한테도, 사시사철 손발이 찬 너에게도 딱 적당한, 한 해 중 유일한 날씨.

일 년에 길어야 사흘 정도지만, 따로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우리가 사랑했던 그 계절 말이야.


온난화는 점점 심해지고, 그러니까 가뜩이나 짧았던 것이 더 줄어들고,

마침내, 오늘 단 하루만이 20대의 마지막 이 계절이었어.

좋은 하루였어? 흘깃하니 행복해 보이던데. 신발코는 여전히 닳아서 귀엽더라.

나한테는, 온 세상에 이젠 보내주라는 재촉이 가득한 시끄러운 하루였네.

데이트하기 딱 알맞아서 행복했던 계절이었고, 오늘은 그랬기에, 길바닥에 주저앉아 담배를 뻐끔댔어.
옆에는 마음껏 피었다가 이제는 때가 탄 분홍 꽃잎이 버려져있었고.

그래서 이 노래가 생각이 나더라.

너는 팔이 여렸고, 나를 밝혀줬고, 아이 같은 웃음과 너른 꿈을 가졌던 정말 아름다운 이였으니까.

굳이 찾아 들은 노래마저도, 이 계절 같던 우리를 보내야 한다고 보채는, 그런 하루였어.

keyword
팔로워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