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환승플랫폼 살인사건

이이언 - 그러지 마 (feat. RM)

by 재영
지금 여기를 만든 우리잖아. 더 힘든 시간도 견딘 둘이잖아.
이런 게 우리의 끝은 아니잖아. 아직 우린 못다 한 일이 많아.


죽음을 처음으로 목도했을 때를 기억해. 네 살 즈음 돋보기로 지지고 검지로 눌러 죽인 개미들은 역겹고 끔찍한 애교로 일단 두어보자고. 그로부터 네 번째로 찾아온 초여름의 후덥지근한 날은 캄캄했지만 여우비가 내렸어. 반가움에 잠시 헤까닥 정신을 놓은 똥색 두꺼비 하나가 보도블록에 덩그러니였고 곁에 있던 찢어진 눈의 친구는 저열한 호기심이 동했지. 하와 앞에 선악과가 놓여있었듯이 짱돌 하나가 뜬금없었고 손에 집어 든 그 아이는 열세 번 정도 대가리를 내리쳐 죽였어. 살해에서의 묘한 흥분을 주체 못 하고 내 이젤통 안의 붓을 꺼내 들고는 아가리에 집어넣더니 기어이 똥구멍으로 빼내더라.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부르짖었어.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제발. 지금 나는 다시 이렇게 외쳐. 우웩, 우웨에엑. 미안해, 방조죄를 저질렀어서 지금 멈추지 않는 헛구역질로 벌을 받나 봐. 꿇은 무릎은 슬개골이 다 닳아버릴 때까지도 계속할 수 있어. 네가 그런 눈빛만 거둬준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도 아무 상관없어. 네가 부끄럽다면 미안해, 그러니까 제발 부디 우리 집으로 가자. 너와 내가 있어야 할 집으로 가서 천천히 이야기하자. 이 나이 처먹고 이렇게 질질 짜서 미안해. 정말 죽을 듯이 슬퍼서 그래. 왜 그렇게 모진 거야. 다시 한번만 생각해줘. 우리 쌓아 온 것들, 앞으로 하기로 했던 것들, 어떻게 그렇게 한 순간에 내칠 수 있는 거야. 아직 나 사랑하잖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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