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말 것을

장기하와 얼굴들 - 내 사람

by 재영
드넓은 벌판을 지나, 봉긋한 동산을 지나, 깊은 골짜기를 지나, 잔잔한 내 맘 속 샘물에 파도가 철썩이네.


자비로운 햇살에도 허리를 훌쩍 넘는 눈더미에 묻혀 보이지도 않게 된 길 위로 다시 사람 발자국 모양의 길을 내며 해발 천 미터가 넘는 높고 험한 산을 세 개를 넘어오면서도 나는 그저 널 만날 수 있다는 기대 하나로 그 날카롭고 매정한 설빙들에 베이는 것이 아픈지도 몰랐고 여섯 시간 내내 몸 어디 하나 힘든 줄도 모르고 꿋꿋하게 지난 삼 년간의 내 마음마냥 흔들림 없이 한발 한발 착실히 내디뎠고 그렇게 오 킬로가 넘게 빠진 고된 행군 끝에 마주한 너른 하늘과 낮은 땅에 튕기는 초봄의 여름 햇살에 황홀하여 너랑 닿을 생각으로 안 그래도 한나절을 무리한 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부풀었고 흘린 피를 닦고 주린 배에 건빵 한 움큼 욱여넣은 뒤에 두 달여 만에 만져보는 어색한 크기의 핸드폰으로 네게로의 주파수를 가진 파동을 보내봤지만 메아리 하나 없는 와중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미끄러지면서도 옆에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 붙잡으며 부러뜨린 짓거리가 무안하고 죄스러워지는 기분이 새삼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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