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를 아는 이는 매번 막막하고

이이언 - 바이바이 나의 아이

by 재영
바이 바이, 나의 아이야.
내게 남은 마음도 모두 가져가.
바이 바이, 그대, 나의, 나의 아이야.
너의, 너의 모습 멀어져 가네.


안녕. 어느새 다시 또 짐을 꾸려야 할 때가 되었네. 어디서들 이렇게나 그러모아댔었는지 고막까지 막 막막한 기분이라 어지럽기까지 해. 맞네, 제 나이로 안 보인다고 시답잖은 말장난은 그만 두라 했었는데 또 이러고 있으니 응당한 처우였어. 눈이 닿는 대로 너이고, 발에 채는 대로 너라서 차곡차곡은 불가능하니까 되는대로 챙기고는 있는데 이게 또 얼마나 걸릴지 계산을 하다 보면 담배가 또 땡기고 이러니까 또 더할게 생기네. 이렇게 한두 달 어떻게든 쓸어 담은 후에는 네가 쓰레기든 뭐든 항상 제 곳에 두는 사람이 좋다고 했으니 그 모든 걸 원래 있던 자리에 두어야 할 텐데 나는 또 그냥 막 집어넣었으니까 낑낑거리면서 평소 걸음의 반에 반도 안 되는 속도로 겨우겨우 도착하면 보따리를 한참 뒤지다가 홧김에 바닥에 다 쏟아놓고 맞는 걸 찾을 테고 어찌저찌 마무리지어도 다시 또 쏟은 걸 거둬야 하네. 맞네, 문장이 너무 길다고 끊는 법을 좀 알으라고 했었는데 참 구제불능이다. 여하튼 그렇게 갔던 데 또 가고 왔던 데 또 오고 하면서 모두 되돌리는 일은 몇 년은 걸리겠지 싶어. 이 짓거리를 20대 내내 연례행사처럼 반복할 때마다 참 많이도 걸어서 그런지 무릎도 시큰거리고 발 모양도 이상하게 뒤틀리고 해서 점점 속도도 엄두도 안나. 역시 행군은 해도 해도 늘지가 않아. 맞네, 군인 티 좀 내지 말라고 했는데 또 이런다. 노래 하나도 전해주지 못했던 너인데 마치 연애했던 것처럼 뭘 이렇게 설레발을 치고 모아들였을까. 참 습관이 무서워 역시, 그치? 근데 이거는 이제 습관이 될 만도 한데 이번에도 익숙지는 않아서 참 괜히 또 당황스럽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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