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o Major - Easily
Don't you tell me that it wasn't meant to be.
Call it quits. Call it destiny.
‘Song Book’이란 타이틀부터가 우리가 가득할 것만 같았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하루에도 이백 번은 강남역에서 건네질 질문에 (우리 그때 있잖아, 다시 한번 설레 보자며 소개팅 놀이했던 날, 꽤나 그럴듯하게 횟수를 추론해봤던 거, 기억하지?) 나는 ‘음악을 듣고 만들어요.’, 너는 ‘책을 읽고 글을 써요.’. 그리고 우린 서로가 거짓으로 뽐낸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이라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너무나도 빠지게 되었으니까. (내 시계에는 My Music, 네 시계에는 My Book.) 서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도 가득했고, 다른 이들은 쉬이 듣고 넘길 노래도 우리한테는 참 큰 울림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키스를 하니 진짜로 노래가 들린다며 킥킥거렸던 건 기억나? 내가 매질에 따라 파동의 속도가 달라지고 어쩌고 하면 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야 공대생 같다며 섹시하다고 했었는데.) 그런데 딱 한 트랙, 조원선 씨가 윤상 씨와 같이 부른 13번째 트랙, ‘넌 쉽게 말했지만’은 이상하게도 자꾸만 꺼려졌다. 이별노래라서, 라기엔 다른 헤어짐을 노래하는 트랙들 또한 있었는데도. (우리 참 조원선도, 롤러코스터도 좋아했는데 이 노랜 진짜 안 들었어. 13이란 숫자를 싫어해서인가? 하는 네 눈에서 나는 처음으로 거짓을 느꼈고 너도 마찬가지였겠지? 뭔가 께름칙하다는 말을 서로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또 하나 기피했던 건, 길거리 사주 타로. 아무래도 청사진을 엿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피했을 테다. (그때 대학로에서 남자 쪽인지 여자 쪽인지 점쟁이가 바람피운다 해버려서 다투는 커플 보고 우리는 혀를 끌끌 차며 서로 꼭 껴안았었잖아.) 한밤의 청문회도, 사라진 웃음들도, 차가운 눈빛도, 소름 끼치도록 정확한 예언이었지만 차라리 무시하고 모른 체해서 참 다행이었다. 그날 밤, 또 마지막까지도 운명 따위는 무시하고 오롯이 서로의 현재에 집중하는 꼭두각시들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그 카페 없어졌더라. 못 가는 곳이 하나 줄어서 다행이야.) 네 메신저 프로필에 올라와있는 영국 가수는 너무 취향에 맞아서 (그 노래도 진짜 좋은데 이 노래도 좋아. 들어봐.) 그리운 밤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