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냐는 안부 인사에

잘 지내지 못했다고만 말하는 나

by 소심한 광대

"잘 지냈어?"


백수이자 프리랜서인 나는, 그러니까 지난 12월 연말에 한 달 정도 일을 했을 때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안부를 물었다.


연말 전에도, 새해에도 오랜만에 만나거나 연락을 하는 사람들도 안부를 물었고 나 또한 먼저 안부를 물었을 때 잘 지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는 한다. 반사적인지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상대방들은 잘 지냈다고 대답을 한다.

하지만 나는 1년이 넘도록 대부분의 대답을 이렇게 하고 있다.


"아니요, 잘 못 지냈어요."


잘 지내지 못했다고 밖에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유


어떻게 보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사느라,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놀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쳤든 간에 결국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자던 삶에서 알람을 끄고 자도 부담이 없는 나날들도 많았다.


또한 그 어렵다던 취업에 성공도 해보고, 풋풋한 신입사원이 되어보기도 했다. 심리적인 경제적 결핍에 벗어나기도 하여 안정감을 가졌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안정감과 풍족함은 오래가지 못했고,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기대와는 다르게 금방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취업을 하고,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안정이 되면 곧 쓸 수 있을 것 같았던 소설은 쓸 준비만 끝낸 채 건들지 못했다.


2.jpg


긍정적인 사람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나 이직을 잘한 친구들,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나 4학년으로 진급을 성공한 동기 등, 내가 원하고 원했던 것들을 이루어낸 친구들은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친구들은 위로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렇게나 긍정적인 말을 해준다.


"지금이 가장 좋을 때야."

"그 여유로움을 즐겨."

"좋은 거 하네."


그들은 당장 만족해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추억으로 삼아버리기도 했지만,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고 가까운 미래인 월요일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노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집을 어떻게 사야 할지 막막해하고, 빨리 등단하고 싶은 마음에 속상함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웃을 수 있고, 밝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아 보였다.


가장 부러운 사람, 잘 지내는 사람


그러나 가장 긍정적이고 가장 부러운 사람은 이러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말해주는 선배가 있다.

그는 어떤 시선으로 본다면, 주관적으로는 나보다 나은 상황도 아니다. 나이 차이도 한 살밖에 나지 않아 조급할 만도 한데, 그는 2년 동안 경제활동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는 2년 동안 글쓰기에 몰두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예전부터 당장의 상황에 쫓기거나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열심히 일을 병행하며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기 위해 발버둥을 칠 때는 그가 여유롭게 학업에 몰두하는 대신 부족함을 선택한 게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만족해하며 행복을 누릴 줄 알았고, 느낄 줄 알았다.


그도 슬슬 취업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똑똑하고 침착한 친구이기에 잘하리라 믿는다. 나와는 다르게 조급해하지 않고, 짜증 내지 않고 차분하게 원하는 것을 위해 도전하고 이루어나갈 것 같다.


그와 나 둘 중에 누가 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잘 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도 나도 어느 정도 적성에 맞으며 열정을 가지고 어느 정도는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직업과 직장을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누가 어떤 삶을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상대방과 자신을 조금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바라본다면, 그는 2년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기 위해 침착하고 용감하게 도전을 했다.


행여나 그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얻지 못했을지라도, 성취감과 만족감을 포함한 행복을 느꼈다면 그는 가장 긍정적이고 용감하며,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keyword
이전 05화어쩌면 가장 바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