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를 소개하는 문장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대한 관점

by 소심한 광대

글을 못 쓰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 1


분명히, 내가 글을 못 쓰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는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다고 정말 소설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처음에는 자신 있게 적었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자기소개서에 언제 태어났으며, 중고등학교 때부터 어떻게 자라왔는지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문예창작을 전공할 때에는 정답이 없는 글을 배웠지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정답이 있다고들 했고, 작성 후에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게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면접 일정이 잡히거나 합격을 했을 때,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며 면접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는 생수 한 병 없이 미로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글을 못 쓰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 2


잡지사에 들어가기 전인지, 퇴사 이후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즈음에 친구에게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괴로워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도 모든 글은 직접 써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절대로 대신 써주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지만, 친구는 그저 내가 글을 잘 쓴다고 믿었다. 그리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기소개서에 대한 믿음도 부족한 내 자신과 아직 어느 정도 만족하는 회사에 입사하지 못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소개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력과 학력, 자격증 등의 조건이 내가 지원한 회사의 입장에서 적합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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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린 예술가의 자기소개


이제는 성인이 되었을 어느 어린 예술가를 기억한다. 사이퍼 무대에서 자기소개를 1분가량을, 정말이지 예술적으로 한다. 한때는 그 짧은 영상을 자주 보았다. 볼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스웩'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어린 예술가는 리듬을 타면서 자기소개를 즐기는데, 나는 글 쓰는 것을 전공하고도 글로 나 하나 소개도 잘 못하고 있지 않은가, 혹여나 그것이 아니라면 나는 그 정도로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인가 싶다.


취업이 전부는 아니지만


물론 문예창작을 전공한 이유가 취업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요리사로 살아가면서 글을 쓰는 생활에 겁이 나고, 나도 주말에 쉬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요리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면서 내 소설을 쓰고 싶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모를 욕심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작 나는


"하면 되지."


고민이 많은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던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친구는 그저 말없이 술을 마셨고, 어느 친구는 응원해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좌절만 하지 않는다. 미뤄두었던 자격증 공부도 다시 시작할 것이고, 다음에는 조금 더 멀쩡한 회사, 내가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잘 골라서 지원할 것이며, 나를 더 잘 소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를 너무 세상에 맞추지 않는 선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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