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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광대 Apr 07. 2023

더 좋아하는 것을 향해

어릴적부터 숨겨왔던 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언제 죽을지 몰라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다시 요리사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마지막 휴가 때 일자리를 구하고 전역 다음날, 다시 반갑게 세상과 만난다는 기대를 품고 출근을 했다.


  분명 경험했던 직업이었고 해봤던 일이었지만, 21개월이라는 시간은 나를 어느 정도 바보로 만들었다. 성장한 줄 알았지만, 나는 성장이 아닌 적응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적응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것은 없어졌고, 지금까지도 단연코 가장 행복한 사회생활을 했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요리사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맞은편에서 초밥을 만들던 두 명의 선배들은 지인 중 누군가가 40대 정도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내용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유병장, 자네가 몇살이랬지?"  


  단순히 누군가의 나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내 나이를 물은 것이었지만 이 질문은 내 귀에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말로 들렸고, 그 말은 내 마음속에서 숨어있던 꿈에 불을 집혔다.

  

  그러면, 하자


   출근길이 즐거운 직장을 다녀본 적이 있는가? 이 순간의 요리사 생활은 출근길마저 즐거웠다. 앞서 말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고, 지금도 그 시간들을 잊지 못해서 요리사로 다시 돌아가고는 했다.


  그만큼 요리도 즐거웠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요리도 좋아하지만, 정말로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부족하여 시작도 하지 못한 꿈. 

 

  그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3일 정도 고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3일은 고민이라기보다는 용기를 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즐거웠던 시절을 버려야 했다.


  선배들과 사장님과 면담을 진행한 후, 대체 근무자를 뽑고 근무자가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까지 인수인계를 하고 이별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나는 약속한 시간보다 한 달 더 늦은 시간에 칼과 프라이팬을 내려놓았다.  



  나는 사실 망상가였다(놀이터 모래밭과 이불 속에서)


  초등학생 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모래밭에 누운 적이 있다. 다른 친구들이 놀고 있을 때, 나는 하늘을 보며 내 머릿속에서는 당시 내가 즐겨보던 만화 속 인물들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며 내가 새로 만들어 낸 악당과 싸우는 상상을 했다. 

  그 순간이 즐거워 가끔 혼자 모래밭에 누었다. 모래의 온도는 조금 차가웠던 걸로 기억하며, 그 온도마저 즐겼다.


  사극을 좋아했는데, 사극에서 전쟁을 하는 그 장면을 유독 좋아했다. 사극 방영이 끝나고 자기 위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여운이 남았다. 그래서 나는 남은 여운을 가지고 나만의 세계관에서 국가와 인물들을 만들었다.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몇 명의 인물들을 만들고 만났으며, 실존하지도 않았던 공간에서 인물들을 싸우게 했다. 


  그 이야기는 반복적이었고 기록하지 않았으며, 이제는 언제부터 상상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불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한 번씩 만났던 이 이야기를 더 만들고 기록할지 말지는 아직 모르겠다.


  기다려라, 천재의 강림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 시작할 때, 나는 노벨문학상을 받고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하는 상상을 했다. 상상과 다짐과 각오 사이의 말로 딱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를 했다.


  그리고 다짐과 통보와 경고 사이를 혼자, 세상을 향해 했다.


  "기다려라, 천재의 강림이다. 내가 간다. 보여주겠다."


  그렇게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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