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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광대 Apr 24. 2023

나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예술, 그냥 하면 되는 거였네

    나랑 맞네, 이거

  

  이야기 만들기를 배우는 방법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던 나는 우선 문예창작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입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원을 찾았다. 


  학원에서는 문장력을 늘리기 위한 '필사'를 많이 시켰다. 사실 이 작업 말고는 힘들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었다. 읽기도 어려운 소설도 많았지만 읽다 보니 재미가 있었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나는 남들은 힘들게 공부를 할 때, 즐기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고 했던가, 덕분에 나는 항상 자신감이 차 있었던 것 같다.


  누구도 나를 혼내지 않았다


  학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인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다른 학우들보다 나이가 많은 것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학원과 업계 특유의 문화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어색함을 떨칠 수는 없었다. 

  다행히 학우들은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글을 합평할 때마다 선생님 입에서 나온 "선생님의 작품을 봅시다."라는 말이 어색함과 동시에 약간의 자신감과 부담감도 보태주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라는 호칭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학우들이던 선생님이건 나에게 칭찬만 했을 뿐, 혼냄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자신감만 차 있었던 것 같다. 


  예술, 별거 없었고


  별거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학우들보다 내가 더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합평의 내용에서 나는 그저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들렸기 때문이었다.


  예술도 결국 경쟁과 비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나보다 먼저 학원에 다니던 학우들보다 앞질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대로만 된다면 몇 달 후에는 문예창작과에 합격하고 재학 기간에 등단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당시에는 앞서 말했듯이 읽기 어려운 소설을 읽는 것과 필사하는 것 외에는 딱히 없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술, 별거 없네."


  이 오만한 생각은 결국 나를 재수생으로 만들긴 했지만, 당시에는 무한적인 긍정과 자신감이 나를 지배했다.



  그래서 천재인 줄 알았다


  당시 나에게 천재라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나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풍부한 상상력을 믿고 천재라고 생각하고 시작해 보니 정말 내가 천재인 것 같았다.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처럼 무언가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과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이야기를 배우는 그 시점에는 요리사 시절에 느꼈던 좌절감이나 패배감 같은 감정들을 느끼지 못하고 칭찬만 들었다.


  어떤 직업과 일이나 공부 등, 무언가를 할 때 지적을 받지 않고 칭찬만 받게 된다면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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