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야 선택도 할 수 있다
저는 사람들과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같이 밥을 먹자던가 놀러 가자고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톡을 하는 것마저 잘 못해요. 이게 하는 것이 엄청나게 부담된다기 보다는,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 것에 가깝답니다. 그런 주제에 사람은 좋아해서 한 번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 혼자 친해졌다 생각하죠.
애정결핍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사람들과 친해지려 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함께 일하는 아이가, 유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마음을 열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말이나 둘러댔기 때문이겠죠.
저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무섭습니다. 이전에 친구가 ‘연애를 하면 비합리적이게 되는 것이 싫어’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모든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음을 너무 쉽게 엽니다. 그게 너무 싫어서 한 달 간 아무도 만나지 않은 적도 있었는데, 그랬더니 너무 힘들어서 결국 어디라도 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가 가진 성격의 장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면, 저를 힘들게 하는 이 모순적인 성격에도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그저 결함으로 남을 뿐이었고 저는 계속해서 힘들어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분명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나 이렇게 자랐는지 끝없이 땅을 파고 들어갈 게 뻔했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계속 찾아다녔습니다. 글을 쓰기도 했고, 대학원에 들어가기도 했고, 사업을 하기도 했으며 5060을 만나보기도, 2030을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운동도 해 보고 온갖 사람 그룹에 들어가보며 어디서 제가 가장 좋았는지, 어떤 이야기와 행동을 할 때 가장 좋아하는지를 갈랐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한다면 저는 또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스스로의 처지를 한탄할 것이 뻔했기에 좋아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빼냈습니다.
몇 년이 흘러, 저는 작가 회사에서, 사업 발표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심사하시는 분들의 나이대인 5060이 대체로 저를 좋게 봐 주셨고, 사람들과 대화한다는 느낌도 들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덧붙여 발표 내용을 풍성하게 하는 것도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심사위원분들과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되니 문제될 일도 없고요.
자료를 정리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다른 분들이 도와주셔서 좋은 결과가 많이 있었어요. 현재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자신을 알아주는 곳을 가라는 말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곳을 찾으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라는 말인가 봐요.
하지만, 효율적인 능력 발휘 보다,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