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유이 Mar 10. 2024

조현 증세에 시달리는 격투기 선수

『낙! 무아이』

『낙! 무아이』는 실존 인물을 취재하여 쓴 실화 기반 소설이에요. 조현 증세가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자신이 가장 잘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스스로의 상태를 받아들이게 되는 내용이지요. 저는 이 소설의 초안을 보았는데, 기존 성장 소설과 다른 점이 있어 좋았어요.


저는 정신질환을 환경으로 치료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일시적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질환은 병원에 가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기존의 성장 소설 중에서는, 처음에는 중증인 병처럼 묘사하다가 뒤로 갈수록 우정이나 사랑을 통해 병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모든 게 병 때문이라며 병원에 가둬버리는 전개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주인공의 감정에 절절히 공감하며 읽었는데 마지막에는 정신병동에 가두며 끝이 나니까요. 물론 주인공을 정신병자라며 손가락질하는 현실을 가리킨 것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 당황한 기억이 나요.


그런 지점에서 『낙! 무아이』는 제 취향에 맞았어요. 극심한 우울증과 조현 증세를 앓고 있으면서도 상황을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친하게 지내려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 좋았고, 그럼에도 질환 탓에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도 현실적이었어요.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주인공의 상태가 ‘치료’되지 않는다는 거에요.


『낙! 무아이』는 성장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질환이 치료되지는 않아요. 작중 표현되는 성장은 자신이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스스로 병원에 찾아갈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는 정도에요. 친구들의 따뜻한 정으로 우울함이 가시지도 않고, 내면의 깨달음으로 조현 증세가 낫지도 않아요. 저는 그게 현실적이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좋지 않아요. 특히 주변의 시선보다 자기 스스로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지요.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었던 선수분도 그러셨다고 해요. 내가 정신병자일리 없다. 그게 그때 당시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해요.


자신이 가진 결함을 인정하는 것. 어떤 변명이나 꾸밈 없이 그것을 오롯이 받아들였을 때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선수분의 생애를 통해 전달합니다.


조현 증세를 겪는 무에타이 선수 취재 소설 <낙! 무아이> | 텀블벅 -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tumblbug.com)


이전 08화 귀여움이 세상을 지배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