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유이 Mar 13. 2024

뒤집힌 오리는 홀로 일어나지 못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동영상 중 오리가 뒤집힌 영상이 있었습니다. 오리는 뒤집힌 채 발을 버둥거리고 있었지요. 영상의 설명은 ‘오리는 뒤집히면 혼자 일어나지 못한다’였습니다. 덧글에는 귀엽다는 반응이 주였습니다만 저는 혼자 기겁을 하며 보았습니다.


어릴 적,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키웠습니다. 인터넷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겨우 모았던 정보들 중 꽤나 섬뜩한 정보가 있었는데,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는 뒤집히면 혼자 일어나지 못하기에 그대로 버둥거리다 죽는다. 때문에 어디서든 짚고 일어날 수 있게 놀이목을 꼭 넣어주어야 한다.’였습니다.


저는 나무토막은 물론이고 나무 젓가락까지 동원에 손만 뻗으면 짚고 일어날 수 있도록 사육장을 꾸몄습니다. 다행이 뒤집혀 죽은 개체는 없었지요. 오리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 괜히 저만 전전긍긍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편, 뒤집힌 거북이 동영상도 유행하였습니다. 거북이 역시 뒤집히면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데, 동료 거북이 이를 다시 뒤집어주는 문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뒤집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그 녀석이 뒤집혔을 때도 다른 거북들이 뒤집어주지 않는다고요. 사람들은 저런 녀석은 혼 좀 나봐야 한다며 통쾌하다는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북이가 걱정되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명확하게, 뒤집힌 채 오래되면 죽는다고 명시가 되어 있었거든요. 아무리 다른 거북을 도운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죽어가는 것을 눈 앞에 두고 통쾌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누군가의 죽음을 방관하거나 환영해도 될까요?


물론 그 거북이 먼저 살거북을 하려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다른 거북들이 없이 단 둘일 때도 그 거북을 무시하는지를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날이 갈수록 ‘나의 기분’의 가치를 높게 두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하고, 뒤집힐 수도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득이 되는지, 나에게 잘 해주었는지를 따져 그 사람의 아픔과 고통은 후순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장수풍뎅이를 키울 때, 그 녀석들이 죽지 않은 것은 온전히 저의 공이 아닙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합사한 녀석들이 길을 가고 있으면 그것을 콱 움켜쥐고 일어서기도 했으니까요. 우리는 그렇게 알게 모르게 서로 도움을 주고, 피해를 주며 살아갑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 우리도 살아가는데 하나의 마을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미진함을 덮어줄 수 있는 마을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전 11화 관계지속이 어려운 나의 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