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의 삶
아빠가 이제 은퇴하고 싶다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저는 별 말 없이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다만 아직 대학생인 동생이 걱정되어 어떻게 하실 생각이냐고 여쭈니, 그건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간 고생하셨다고 말 했습니다.
아빠는 쉰 다섯 살이십니다. 정년 나이로 치면 한창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업계 특성상 정년을 다 채우는 일이 거의 없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현장 총 책임자일을 주로 맡으셨던만큼 계속해서 위를 향해 올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으셨습니다.
제가 어릴 적, 아빠는 꽤나 번듯한 회사에 다시녔습니다. 꽤나 번듯한 회사에서 늘 현장 총 책임자를 맡으셨으니 미래는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가 많이 아팠습니다. 현장 총 책임자를 맡는다면 늘 집과 떨어져 있어야 했는데 아빠는 그러시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집과 가까운 곳에 현장을 잡아주겠다는 곳을 계속 찾아다니셨습니다. 그렇게 들어가면 얼마 안 있어 약속을 어기고 다른 현장으로 가셨습니다. 그래도 몇 달 간 집에 오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주에 한 번은 집에 오셨습니다.
아버지는 늘 제가 빨리 취직하길 바라셨습니다. 빨리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도 낳고…. 요즘 그런 말을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지만 저도 아빠와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특히 아빠가 그렇게 말 하는 것은, 아빠도 그만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유이야, 밖에선 아빠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제가 회사에서 중책을 맡게 되었을 때, 평생을 중책만 맡아왔던 아빠가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책임자에게는 미움이 따르고, 마음을 주던 이들도 손쉽게 떠난다는 것을요. 그래서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밖에서 나 좋아하는 사람 많아.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빠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