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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이 Mar 03. 2024

아직은 미숙한, 사랑의 실천

부끄러워지는 하루



요즘 소설을 한 권 쓰고 있습니다. 자료 조사 겸 근 몇 년 간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도 읽어보는 중인데, 설정만 읽어서는 제가 쓰고 있는 책과 비슷해 보이는 책이 있었습니다. 100만부 이상 판매된 책이었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읽어보았습니다만 저의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 책을 읽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더라고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그것이 좋은 책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할수록 제가 내린 평가가 정확했다는 생각에 ‘저렇게는 쓰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어제, 저는 오랜만에 취재를 나갔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모아 만든 팀이었는데, 글을 쓰기 위해 취재 중이라고 하니 기꺼이 와도 좋다고 하셨지요. 이야기를 나누중, 문득 그 책을 읽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책도 정신질환에 대한 내용이 중심이었거든요.



제가 책의 이름을 말하자 한 팀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자기도 봤다고, 정말 감명 깊게 읽었다고 습니다. 꼭 자신의 사연을 그대로 옮겨 논 것 같다고요.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책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분은 폐쇄병동에 들어갔다 나온 분이셨습니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던 도중 팀원분이 이상 증세를 보이셨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경찰이 출동하여 그분을 병동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2주 정도가 흐르고, 그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황 자체가 멀게만 느껴졌다고 합니다. 들어오기 전까지 간호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은 알지도 못한 사이 돌아가셔 버렸다니? 그때 읽게 된 책이 바로 그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다시 살아서 돌아오시잖아요. 저도 그때는 현실 인지가 안 되어서, 혹시 우리 엄마도 돌아오시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 했던 거 같아요.”




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몇 번 맻히셨지만, 오늘을 울지 않을 거라며 웃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멋쩍으셨는지 ‘이게 다 유이씨 책 쓸 때 도움 되라고 말씀 드리는 거에요!’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지요.



제가 어제 올린 글이 바로 ‘사랑하는 능력’이었습니다. 그 글을 올리고도 저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제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작품도, 심지어 주변의 글 깨나 쓴다는 사람 들도 입을 모아 말하는 소설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명작이 될 수 있는 것인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제 잣대로 안 좋은 면만 본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겸손해지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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