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유이 Mar 02. 2024

사랑하는 능력

사랑의 기술

이제 세상의 상식처럼 말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의는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던가, 절대라는 것은 없다던가. 옳음이라는 것도 상황에따라 달라지기에 결국 모든 것은 우리의 판단일 뿐이다, 그런 말들. 하지만 살아가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의 말이 논리적이라던가 사실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이 상대적이라면, 우리가 대화를 하는 까닭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의 선택을 확인하며 상대를 알아가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지요. 어떤 맥락과 결론 속에서 그 사람은 악인이 되기도, 선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맥락을 가져다 댈지는 제가 선택하게 됩니다. 제가 선택한 관점 외에 다른 맥락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무기로 상대를 단죄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그 사람이 아니라 제가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아야할 것은, 옹호를 하든 비난을 하든 어차피 절대 정의라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해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 안에서 논리적 완결성을 띄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갑작스레 내 가방을 걷어찼다면, 하다못해 '마음에 안 든다'라는 이유라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이유가 나의 정의와 맞지 않고 다수의 사람들이 나에게 동의한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정의는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면 '살인자에게도 사연이 있다.'라며 제가 그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사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 반대입니다.  옳고 그름이 없이 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잘못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매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조금만 예쁜 짓을 해도 비행기를 태웁니다. 사건은 분명 하나인데도 누군가는 혼나고 누군가는 넘어가지요. 이것은 제가 그 아이를 어떻게 바라볼 지에 따라 그를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것이 ‘사랑할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의 사랑스러운 면을 발견하는 능력을 갖추야 가능하지요.


대상의 사랑스러움이 외모나 성격처럼  앞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쉽게 발견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도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사람에게는 어떤 사랑스러운 면이 있을까? 호기심도 필요하고, 그 답을 찾아낼 관찰력도 필요하지요. 상황 맥락을 파악하고 논점을 딱 짚는 통찰력도 필요합니다. 이것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도, 혹은 신경 써서 찾아내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랑은 남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자신을 바라보는데에도 똑같이 적용되지요. 어쩌면 나의 사랑스러운 면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가진 신체, 능력, 사연들을 사랑하고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저는 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설령 남들이  때는 경악에 가득 차고 스트레스 받아 하는 일이더라도, 심지어  조차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여도 그것을 하나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사건으로 바라보아 사랑할  있을 , 우리는 자신을 사랑할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사랑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 처해도 각자 다르게 행동하는 말과 몸짓 하나하나에는 어디든 사랑이 잠재되어 있지요. 타인인 제가 봐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면이 많은데, 그 사람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함께 다른 사람의 사랑스러운 면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