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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이 Mar 04. 2024

일찍 행복하면 빨리 불행해질까?

좁혀지지 않는

후배 중에 참 잘 웃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놀 때도, 길가다 선배를 마주쳐도, 어른들과 함께 있을 때도 늘 웃음을 지우지 않았지요. 인사도 잘 하고, 일은 적당히 꾀를 부리긴 했지만 열심히 할 때는 꽤나 열심히 하여 나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후배였습니다.


저는 그 후배가 참 대견스러웠는데, 어느 때든 웃으며 어른을 대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잘 이끌어가기에 참된 인간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그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지요.


“C는 나중에 엄청난 불행에 빠지게 될 거야.”


저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앞 뒤 맥락 없이 갑자기 불행해진다니요. 저는 왜 그런지 물었습니다.


“원래 행복이란 그런 거야. 지금은 저 정도만 있어도 행복하겠지. 하지만 뇌는 곧 행복에 익숙해질 거고, 더 큰 자극을 원할 거야. 원래 뇌라는게 그래. 그렇게 계속 자극을 좇다가 그게 안 되는 순간 여태 맞이하지 못했던 큰 불행을 마주하게 되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후배가 불행에 빠지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을 하는 친구가 어떤 심경인지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몸에도 자해 흔적이 낭자했고, 매번 주변을 탓하고 자신을 탓하기를 반복하며 푹 가라 앉았지요. 병원에서 약을 타 먹는 동안에는 괜찮았지만 간혹 약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거나, 혹은 약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그 친구의 특수한 행동(브런치에 적기는 조금 그렇습니다)을 할 때면 극도로 불안정해졌지요.


저는 혹여 친구가, 자신의 불행에 대응하는 행복을 기다리고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비록 나온 말은 후배에 대한 공격적인 말이었지만 바라는 것은 자신에게 작은 행복이라도 오길 바라는게 아닐까 하고요. 저는 고민했습니다. 그 말을 옹호해 주어야 할지,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할 지.

그리고 말했습니다.


“아니야. C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거야.”


“왜? 원래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그래.”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오늘 친구와 놀며 행복했다면 다음에는 알바하는 곳에서 행복하면 돼. 취직에 성공해서 행복했다가 힘든 날 집에 돌아가며 먹는 붕어빵으로 행복해도 되고. 애인이랑 사귀면서 행복하다가, 헤어져서 슬플 때는 자신을 위로해주는 친구들에게 의지하며 행복을 느낄 수도 있어. 행복은 익숙해져서 지루해지고, 지루해져서 더 큰 걸 찾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친구도 금방 수긍하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을 봐. 도박하는 사람 들 보면 안 그렇거든? 절대로 돈을 한 번만 따는 사람은 없어. 사람 감정이라는 것도 니코틴이랑 비슷한 거야. 오늘 1을 받았으면 다음에는 2를 원해. 행복도 똑같은 거야. 아마 C도 돈이 떨어져서 지금 하는 여행이나 술자리를 못하게 되면 금방 불행해 질 걸? 그리고 돈 있을 때를 회상하면서 점점 더 우울해 하겠지. 사채꾼 우시지마 같은 데 보면 그런 게 정말 리얼하게 나와 있는데.”


“나는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 같이 일하다 보면 나랑 있을 때야 딱딱하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친구를 만나고 꿈을 키우고, 예쁘게 연애하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는 사람들. 물론 걔들이 24시간 내내 행복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게, 행복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같은 거 말하는 거야?”


“응.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의 기술이라는 건 결국 사랑스러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사랑의 기술이라는 거잖아. 나는 행복도 그렇다고 생각해. C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는 애야. 아마 앞으로도 그 기술을 계속 갈고 닦을 거고, 우리는 알 수 없는 많은 노하우를 습득할 거라 생각해. C는 계속 행복할 거야.”


“그냥 네 바람 아니고?”


“뭐, 그렇지. 사실 미래는 알 수 없는 거니까.”


저는 거기서 이야기를 끊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B야. 누구나 연습하면 행복해질 수 있어.”


친구는 저에게, 지도 안 행복한 놈이 이래라저래라 한다며 자신을 조롱하는 것이냐고 화냈습니다. 



일찍 행복하면 빨리 불행해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태 제가 보았던 많은 동기 후배 선배들, 어른들은 어느 때에는 우울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삶의 소중한 부분들을 찾아 행복해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물론 그러지 못한 채 우울에 깊이 빠져드는 친구도 있었기에 제 말이 무조건 맞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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