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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유이 Mar 05. 2024

아빠의 사랑

좋은 아빠가 되었을지에 대한 걱정

아빠는 제가 어릴 적부터 집에 잘 안 계셨습니다. 건설회사에 소속되어 전국을 돌아다니셔야 했거든요. 길 때는 몇 달간 아빠를 보지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애정 결핍에 시달리거나, 왜 아빠는 집에 잘 안 들어오냐고 보채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기 전에 엄마는 늘 아빠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이 잘 크라고 고생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다고 아빠가 일에만 푹 빠져 산 사람이냐고 하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아빠를 따라 놀러다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몇 살 때인지는 몰라도 배에서 낚시를 하다 문어를 낚은 적이 있는데, 아빠는 “아이고 아빠는 이제 모른다….”하며 고개를 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바람에 모자가 날아갔는데 긴 작살로 꺼내준 적도 있고요, 숭어 낚시를 가 30마리도 넘게 낚았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 뿐일까요? 방학 때면 아빠가 일하는 지역에 다같이 놀러 갔습니다. 간절곶이라던가 진주, 인천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빠가 집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할 때면 몇 번 회사에 놀러가기도 했는데, 아무 것도 없는 간척지에서 포크레인을 가지고 놀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늘 좋았습니다. 떼를 쓰면 장난감도 잘 사 주셨고, 맛있는 것도 자주 먹으로 갔지만, 사실 그런 것 보다도 아빠가 없는 동안 아빠는 너희를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말했던 엄마의 영향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빠는 자신이 멀리 나가있던 것이 늘 미안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아빠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야자 시간에 강당에서 진행하는 레크레이션 같은 거였는데 저는 별 생각 없이 아빠와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아빠는 제가 어릴 때 티브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기억도 있어 당연한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엄마에게 듣기로 아빠는 그 일이 큰 추억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나 봅니다.


아빠의 아빠,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뱃사람이셨습니다. 늘 바깥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아빠는 늘 자기가 혼자 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막상 성인이 되니 당신도 할아버지와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을 느끼며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너희 할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집에는 관심이 없었어. 당신이 했던 말이 되돌아올까 걱정되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얼마 전,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빠 싫어하지 않는다고. 굉장히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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