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 흔들릴 때
아무리 조심해도 예상치 못한 비용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이 언제나 딱 들어맞을 수도, 효율적일 수도 없다. 그러니 자책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실수와 오차를 위한 여백과 바보스러움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는 편이 낫다.
-김수현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중에서
일주일 내내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다. 7월 말이 돼서야 찾아온 뒤늦은 장마. 어쩐지 6월 말에서 7월 초에 비가 오지 않는다 했다.
이런 자연의 섭리를 내 삶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의심하지 않고 믿으면 좋을 것인데. 올 것은 조금 늦더라도 언젠가 분명 오고야 만다는 이 지혜를 말이다.
나는 요즘 신념이 흔들린다. 내가 하고 있는 이 모든 몸부림이 과연 언제쯤 결실을 맺게 될지,
답답하고, 의심스럽고, 염증이 느껴진다.
어디에서 실마리를 얻어야 할지, 무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꾸준히 부지런히 늦더라도 성실히 해나가면 된다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뒤늦은 장맛비가 내가 가르쳐주려 하듯, 결국 삶의 원칙은 시간이 걸릴 뿐. 내가 굳게 믿고 착실히 그대로 해나 가기만 하면 언젠가 결실을 맺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루하고, 외롭고, 재미없고, 힘이 나지 않는 여정이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투정 부리고 싶고, 지치고, 눈에 보이는 빠른 결과와 반응을 바란다.
그런 나에게 삶은
... 고 한다.
인내를 가지고 내 최선을 다해 쏟아부으라고만 한다.
항상 그렇듯, 삶이 옳고 내가 틀렸을 것이다. 삶은 내게 엄격하게 가르침을 주려 하는 것이고, 나는 징징대며 경솔하게 구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 칭얼댈 만큼 하고 난 후에는, 툭툭 털고 일어나 어서 삶이 내미는 손을 잡고 가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의심과 회의는 한낱 찰나를 사는 인간 따위나 품는 것일 뿐. 나보다 훨씬 무한한 자연과 삶은 그딴 것에는 관심도 없으며, 언제나 그 순환의 원리를 철저하게 지켜나갈 뿐이다. 올 비는 오고야 말 것이고, 돌아올 계절은 내가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무심히 찾아올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애쓰고 부인하려 해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나이를 먹을 것이다. 그러니, 삶과 또 자연과 마음으로 맞서 봐야 내게 승산은 일도 없을 것이며, 도움이 될 것 역시 없다.
신념을 가지고, 올 것은 때가 되면 올 것을 믿으며,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렇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 속에서 언제나 나 혼자만 그 법칙을 의심하며 괴로워 해왔을 뿐. 물이 차올라야 그릇 밖으로 넘쳐흐르듯, 내 안에 차야 할 것이 찰 때에 비로소 세상으로 그것이 넘쳐흐르리라.
그러니, 나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만 하자.
내가 누리는 이 모든 지금의 삶에 감사하면서.
감사만이 길고 긴 인내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다정한 길 벗일지니.
내 외로운 여정에 함께 해주는 유쾌한 친구, 감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