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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19. 2023

'카공족'은 3시간마다 주문하라고?

카페 사장님과 '카공족'이 상생의 방법 찾아야

평소 카페에서 원고 쓰는 작업을 많이 한다. 쾌적한 분위기에서 음료나 간식도 자유롭게 먹으면서 일할 수도 있고 도서관 보다 개방적이고 편한 느낌이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에 관한 뉴스에 관심이 많다. 요즘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가운데는 한쪽 공간을 아예 독서실처럼 좌석을 만들어놓은 곳도 있다. 그런데 규모가 좀 작은 카페들에서는 종종 업소 측과 카공족의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카페에서 원고 작업하는 게 편하다 (사진=유창선)


카페 안쪽이 독서실 구조로 되어있다 (사진=유창선)

그런데 어느 카공족이 카페에서 3시간 동안 공부하다 중간에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돌아오니 사장님은 재주문을 요구했고 이에 카공족이 항의하면서 말싸움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언론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카페를 운영하는 A 사장님이 최근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공족과 말싸움했는데, 제가 응대를 잘못한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자신이 겪은 일을 전했다. 카페에서 공부하던 한 손님이 3시간 동안 앉아있다가 맞은편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오길래 손님에게 재주문을 요구했지만, 손님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A 사장님은 다시 손님에게 가서 "도서관도 아니고 카페에서 이렇게 중간에 식사하고 오는 손님은 못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은 "저도 카페를 많이 가봤는데, 이렇게 재주문하라는 곳은 처음 봤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장님은 "그러지 마시고 다른 카페 이용해달라"고 요구했고, 손님은 "내가 이 카페 이용하겠다는데 왜 나가라고 하냐"고 항의했다. 말다툼 끝에 사장님은 음료를 환불해 주고서야 손님을 내보냈다고 한다. A 사장님 얘기는 "손님은 정오쯤 오셔서 3시간 넘게 있었다"며 "더러운 꼴 보기 싫어서 환불해 주고 다른 카페 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손님은 손님대로의 입장이 있겠지만 일단 사장님의 고충이 이해가 된다. 내 경우는 카페에서 오래 작업을 하게 되면 그만큼의 매상을 올려주곤 한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학생도 아니고, 카페 공간에서 작업을 해 받게 되는 원고료 수익 가운데서 지출하는 일종의 '필요경비'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일을 했으니 그만큼의 공간 사용료는 지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굳이 그런 의무감이 아니더라도, 카페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면 지루하고 입이 궁금해지기도 해서 추가 음료나 디저트,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들을 다시 주문하게 된다.


문제는 그럴 여유가 없는 카공족들의 경우이다. 학생이나 취준생들의 경우는 추가 주문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공족들과 카페 사장님 사이의 불편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은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카페에서 대략 3시간 정도 있었으면 재주문을 하는 것이 자영업을 하는 분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공지문으로 만들어서 벽에 붙여놓거나 하면 손님들 입장에서는 어쩐지 불쾌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어느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그런 공지를 올렸다가 시빗거리가 되었던 일도 있었다. 가급적이면 카공족 손님들이 자율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정말로 돈이 없는데 어떡하냐고? 음... 그 심정은 알겠는데, 그러면 카페에서는 3시간 이내로만 공부를 하고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계속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이야 무료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지 않은가. 아니면 마음 상할 사장님이 없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하든가. 물론 도서관까지 가는 것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카페 사장님들 마음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내 공부만 우선할 일은 아닌 듯하다. 


카페에서는 공부하거나 노트북 작업을 하지 말라는 것도 시대의 변화와 맞지 않다. 이제는 다들 카페에서 일하기를 좋아하는데 그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다만 이용한 시간만큼 매출을 올려주면 사장님들도 싫어할 이유가 없다. 내 형편이 좀 어렵더라도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는 것, 카페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면 좋을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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