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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Jun 16. 2017

사랑은 소유가 아니었다

<파리의 노트르담>에 나오는 꼽추 카지모도의 사랑

쓰고 있는 책 작업을 위해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다시 꼼꼼하게 읽으려고, 막 서점에 가서 완역본으로 사 왔다. 인간의 다중성을 잘 표현한 것 같아 내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이다.

꼽추 카 지모도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추한 모습의 카지모도를 피했다. 그러나 카지모도는 사형선고를 받은 에스메랄다를 빼앗아가 성당에서 지켜주려 했지만, 결국 경찰이 들이닥쳐 그녀를 데려가 교수형에 처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지모도는 흐느끼면서 말한다. “오! 저 모든 것을 나는 사랑했는데!”


이 일이 있은지 2년 후, 사람들은 몽포콩의 지하실 유골 더미에서 두 송장을 발견한다. 송장 하나가 다른 송장 하나를 이상하게 껴안고 있었는데 하나는 여자의 것이고, 이것을 껴안고 있는 다른 송장은 남자의 것이었다. 남자 송장은 등뼈가 구부러졌고, 머리가 견갑골 속에 들어가 있고,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더 짧았다. 그는 교수를 당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이 송장의 임자였던 사나이는 거기에 와서 죽은 것이다. 그가 껴안고 있는 송장에서 그를 떼어내려고 하자, 그것은 먼지가 되어버렸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얘기인가. 카지모도야말로 죽은 여인을 목숨까진 던져 지킨, 15세기 시대의 진정한 로맨티시스트가 아니었을까. 꼽추 카지모도에게 사랑은 소유가 아니었거늘.... 오늘따라 이 얘기에 먼저 눈이 간다. '몰래 혼인 신고' 얘기를 들은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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