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그녀의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석 달 만이었다.
‘식음을 전폐한다’는 말이 여느 책에서나 보던 문장이었는데, 내 가까운 이의 삶에서 일어난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버티지 못했고, 결국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장례식장에서 그녀의 딸은 홀로 남아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엄마, 안녕! 고마웠고 사랑했어.”
그 장면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엄마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순간에, 어떤 인사를 했던가 기억을 더듬는다.
엄마는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하셨다.
숨소리만 남은 긴 침묵이 이어지던 날, 마지막 통화에서 엄마가 힘겹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그날따라 비가 세차게 내려 신발은 다 젖었고 질퍽거리는 빗속에서 결국
나는 엄마를 보러 가지 못했다.
그 인사가 마지막이라는 예감은 애써 외면한 채, 너무도 오랜만에 엄마의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나는 엄마가 다시 회복될 거라 믿었다.
내일은 괜찮아지실 거라고, 곧 목소리를 되찾을 거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그러나 그 짧은 한마디는 곧 딸에게 있는 힘껏 건넨 엄마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돌아보면, 삶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끝난다.
우리는 마지막을 알지 못한 채 내일을 기약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소중한 인사마저 흘려보내기 쉽다.
이제야 알겠다.
“그래, 알았어”라는 짧은 말속에 엄마는 모든 것을 담아 두셨다는 것을.
나를 향한 이해, 삶을 내려놓는 수용, 그리고 더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지막 평안.
그녀의 딸이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처럼,
엄마의 한마디가 내게 남긴 한마디는 오래도록 나를 붙잡는다.
인사는 그저 형식이 아니다.
살아 있음의 증거이자, 관계의 숨결이다.
오늘 내가 건네는 평범한 인사가 언젠가 누군가의 마지막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나도 엄마에게, 마음 깊이 “사랑해, 고마워”라는 인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다른 이에게도 친절한 인사를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