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거창한 표현이 아니다
“우유 쏟지 않게 조심히 다녀!”
컵 밖으로 찰랑거리는 우유가 바닥에 쏟아질까 봐, 나는 한껏 긴장된 목소리로 주의를 줬다.
아니나 다를까, 몇 발자국 가지도 않아 하얀 우유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나의 눈빛은 마치 겨울날 꽁꽁 언 얼음 같았다.
그런 엄마와 마주친 딸아이는 허겁지겁 닦으려 했지만, 오히려 수습이 어려워졌다.
“엄마가 조심하라 했지!”
나는 목소리를 높였고, 그 순간 아이의 표정이 굳었다.
작게 움츠러든 어깨와 멈칫한 손동작에서, 나는 내가 던진 말의 무게를 보았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딸아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좀 친절하게 말해줘도 되잖아. 우린 가족인데.”
그 말이 내 가슴에 박혔다.
‘그래, 우린 가족이지?’
부드럽게 말해도 될 일을, 나는 왜 그토록 단호하게 말했을까.
아이의 실수를 막기보다,
내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소리를 냈던 건 아닐까.
나는 딸을 혼내려던 엄마였는데,
그 순간 딸의 말이 나를 가르쳤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 공기를 바꾸고, 마음의 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내가 던지는 말의 무게는,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 닿을까?’
친절은 거창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말의 무심함이 관계를 흔들 수 있고, 말의 부드러움이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여섯 살 딸아이에게서 배우고 나서야 알았다.
그리고 마음을 담은 친절한 말 한마디가, 가장 가까운 사람과 관계를 잇는 작은 다리가 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