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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15살 연상을 만나다니

처음 친구들에게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렸다

by 사적인 유디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사실 내가 비겁했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나이 차이에 대해 스스로 콤플렉스라고 느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더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사실 고백받았는데, 나보다 열다섯살이나 많아!"라며 나 역시도 놀란 말투로 친구들에게 말을 했고, 친구들 입장에서는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남자친구에게 고백 받기 전, 나도 남자친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혼자 김칫국이긴 하지만… ‘남자친구보다 내 남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나이 차이에 신경이 쓰여 바로 고백을 받아주지는 못했다.)


만약, 그때 내가 이 관계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했더라면, 친구들의 반응은 달랐을까?


그렇게 처음 고백 받았을 때와 정식으로 만남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그 친구들의 반응은 안 좋았고, 나는 친구들에게 이 사람이 좋은 이유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다.


친구들은 내가 하는 말에 대해 다 반박을 했고, 나를 어리숙하게 여기며 걱정을 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친구들의 걱정에 대해 이해를 하긴 했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중요한데, 15살 차이라니 얼마나 놀라웠을까 ...


그렇게 처음 남자친구와의 연애 사실을 알린 두 친구에게는 6년 만에 시작한 내 연애를 축하받지 못하였다.


다행히도(?) 이후에 다른 친구들에게 연애 소식을 알렸을 때는 모두 축하해 주었다. 그 친구들은 나이 차이에 초점을 잡지 않았다.


내 남자친구 자체에 초점을 잡아서 바라봐 주었고, 내가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를 진정으로 느낀 친구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반년 정도 만났을 때 또 다른 친구와 나의 연애를 반대했던 친구 한 명과 셋이서 만날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그 두 친구는 내 연애를 적극 걱정 했었다.


걱정의 이유는 나이 차이에서 오는 경험과 가치관, 생각 차이 그리고 주변의 시선이었다.


굳이 안 좋은 이야기를 머릿속에 담아두고 사는 편은 아니라 정확히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는 건 아니지만, 당시 친구들의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내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남자친구와 나는 나이 차이에서 오는 생각 차이보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그로부터 오는 문화 차이와 경험 차이만 있었다.


사실 나는 오히려 남자친구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지성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에 내 좁은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의 깊이도 달라졌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남자친구다.)


이후로 내가 남자친구와 1년 반정도 만났을 때, 나의 연애를 적극 반대했던 친구에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내가 범죄자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도덕에 어긋나는 관계도 아니고, 내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나이 차이 하나로 우리가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말하는 게 솔직히 상처였다고 말했다.


친구는 처음에는 정말 ‘걱정돼서’ 그렇게 말 했다며, 그 당시에 그렇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알고 보니 친구들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한테 앞으로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친구들은 내가 피부도 하얗고, 목소리도 아기 같고, 여리고 해서 이 만남이 상처가 될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상처는 친구들이 주었다는 게 웃긴 포인트이긴 하지만…! 친구들의 불필요한 걱정을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 걱정을 굳이 내 앞에서 직접 말을 했다는 게 상처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친구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걱정만큼 내가 약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을 걱정하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그냥 믿고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했다.


지금은 친구와도 잘 지내고, 남자친구와도 잘 지내고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비록 처음 주위 반응에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그때 내가 좀 더 당당하게 이 사람에 대한 감정 표현을 했더라면 친구들도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처음 친구들에게 연애 사실을 말했을 때 내 스스로 콤플렉스라고 여기고, 조심스러워 했기 때문에 친구들은 내 모습을 보고 더 걱정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바보 같은 나는 친구들의 반응을 곧이곧대로 남자친구한테 말해서 남자친구까지 불필요한 상처를 받게 되었지만 :(


어찌되었든, 나는 남자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내 인생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어 복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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