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어렸으면 좋았을 텐데 ...
연애 초반, 친구들은 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친구와의 나이 차이, 경험 차이, 생각 차이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될 부모님의 반응까지 격렬하게 걱정을 해주었다.
친구들의 걱정에 나는 정말 우리 엄마가 나와 내 남자친구를 못 받아들이고 크게 뭐라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이 들었고, 친구들과 만남을 가진 당일 바로 엄마에게 남자친구 존재에 대해 알렸다.
그 당시 나는 남자친구와 반년정도 만난 상태였고, 엄마와 둘이 있을 때 조용히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누구~?"라며 관심을 보였다.
남자친구와 나는 직장 동료였고, 사이가 발전되기 전부터 종종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친구 얘기도 한적이 있었다. 나는 전에 말한 적 있었던 미국에서 온 군인 출신 직장 동료라 말했고, 나이 차이가 좀 난다며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는 몇 살 차이냐 물었고, 나는 열다섯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의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친구들이 예상했던 반응처럼 막 화를 낸다거나 노발대발하는 모습이 아닌, 오히려 더 차분하지만 그게 더 긴장감을 돌게 만드는 분위기로 만들어졌다.
엄마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고, 나는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가족들에 대해 말을 하며,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내 말을 듣던 엄마는 “나이가 ... 조금만 더 어렸으면 좋았을 텐데“ 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엄마도 나이 차이에서 오는 경험 차이와 가치관 차이에 대해 걱정을 했고, 처음부터 너무 진지하게 만나지 말고, 잘 알아보라 했다.
사실 주위 친구들이나 엄마의 걱정처럼 나이 차이에서 오는 생각 차이나 가치관 차이는 크지 않았다.
남자친구와 나는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 차이에서 발생하는 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서로 각자의 생각만 고집했더라면 큰 문제가 되었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맞춰주고 노력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잘 만나올 수 있었다.
처음 엄마한테 연애 사실을 말한 이후에도 엄마는 종종 남자친구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 남자친구가 쓴 책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영어로 한국사를 집필하고 있는 작가다.)
엄마는 서른까지 이 사람을 만나보고, 서른이 되어서도 이 사람이 좋으면 바로 결혼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당시 나이 27살)
그렇다고 해서 이 만남을 완전히 찬성한 건 아니었다.
남자친구를 1년 반정도 만났을 때의 엄마는 여전히 나이 차이에 대해 많은 걱정을 표현했다.
아직 아빠는 이 사실을 모르고, 엄마와 남자친구의 나이 차이는 16살 차이이지 않냐며 주위에는 어떻게 말하냐는 것이다.
성숙한 대응을 할 줄 몰랐던 나는 그 자리에서 엄마한테 화를 냈다. (엄마도 주위 시선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에 오히려 내가 애써 부정해 오던 것을 정면으로 부딪힌 느낌이었다.)
나는 엄마랑 결혼할 사람도 아니고, 살아도 나랑 살 사람이라면서 엄마가 그걸 왜 신경을 쓰냐고 차갑게 말을 했고, 왜 사람 자체에 대해 물어보지는 않으면서 고작 그 나이 차이 하나에만 초점을 잡고 이렇게 상처를 주냐고 화를 냈다.
친오빠는 중간에서 각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엄마와 나를 서로 달래주기 바빴고, 그 이후로는 엄마에게 굳이 남자친구 얘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속상했다.
엄마가 아예 관심을 안 보였던 것도 아니고, 무조건 만나지 마라! 라고 말을 한 적도 없다.
근데 일년 반이나 만난 시기에 엄마는 결국 엄마 주위 시선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다 라고 말을 했을 때 엄마는 "그래, 좋은 사람이니까 니가 만나는 거겠지" 라고 하며, 근데 “나이 차이가 ... ” 라고 말 끝을 흐렸다.
이 사람의 성격, 가치관의 문제가 아닌 단순히 보여지는 숫자에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모습에 나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인생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지금 남자친구가 제일 배울 점이 많고, 진정으로 서로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든든한 내 편이 생겼고, 나 또한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 감사하다. 아직 시선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사자 둘이가 좋으면 좋은 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