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접종후 반나절 몸살을 앓았다.
낮에 주사를 맞았는데도 밤새 잠을 잘 잤다.
이 말은 통증이나 오한 등으로 중간에 깨지 않고 새벽까지 잠을 잤다는 소리다.
새벽 1시쯤 일어났을 때도, 5시쯤 완전히 깼을 때도 괜찮은 것 같았다.
"흠, 이 정도면 진짜 모더나보다 화이자가 나은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누가 뭐래도 백신은 백신.
다음날 아침 식사 이후부터 점점 심해지는 두통과 몸살 기운에 끝내 타이레놀 두알을 삼켜야 했다.
그랬다. 나는 코로나 3차 백신, 부스터 샷을 맞은 것이다.
부스터 샷이 시작되었음을 안것은 병원에서 일하는 아들이 두 주전에 접종을 하면서부터였다.
병원 일과 워싱턴 DC의 개방적 삶에 늘 노출되다보니 화이자가 승인되자마자 맞은 것이다.
아들은 노인시설을 운영하는 우리에게도 예약을 하고 하루라도 빨리 접종하라고 채근하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지난번 백신 접종을 해준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 자기네는 아직 전달받은게 없단다.
그즈음 이메일이 왔다. 지난번엔 Walgreens약국이었는데 이번에는 CVS약국이다.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했으니 예약을 하란다. 65세 이상 노인요양시설이라 이번에도 우선 접종인가보다.
이메일을 몇 번 주고받은 뒤 채 일주일도 안되어 그 다음주 월요일로 접종 일정이 잡혔다.
이번주 월요일 점심 즈음.
동양계 남자 약사 한 명과 중동계 여자 보조자 한 명이 왔다.
그들말로는 근처의 다른 노인시설에서 접종을 해주고 오는 길이라 했다.
두 사람은 접종 대상자의 메디케어 카드 카피와 2차까지의 접종카드를 하나하나 체크하며 접종을 시작했다.
이번에 우리 어르신들이 맞은 백신은 당연히 화이자이다.
우리 집 어르신들과 두명의 직원은 1,2차때 화이자를 접종했기에 아무 의심없이 접종이 이어져 나갔다.
얀센을 접종하고 최근에 입소한 한분은 다음으로 미뤘고, 투석을 하는 분도 투석 없는 날로 재조정되었다.
그렇게 거의 모든 레지던트들의 접종이 끝나자마자 남편과 나는 한팔의 옷소매를 걷어 올렸다.
주사란 모름지기 주저하지말고 먼저 맞는게 능사아닌가!
하지만 주사후 우리의 접종카드를 들여다보던 그들은 조금 당황한채 우리에게 물었다.
"앗, 너희들 이전에 모더나 접종했었어?"
"응, 그래도 괜찮다고 들었는데?"그들의 반응에 오히려 머쓱해진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사실, CDC에서 부스터 샷 승인이 난 것은 화이자뿐이다.
모더나와 얀센은 아직 승인이 안되고 있다. 모더나는 두주뒤쯤에나 승인이 될 예정이란다.
당황한 약사가 오피스에 전화를 하며 확인하는 동안 우리는 "괜찮아, 화이자와 모더나는 교차 접종해도 된대."라고 오히려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래도 방침은 방침. 모더나를 맞았던 또다른 한분은 두주 뒤 모더나가 승인이 된 뒤로 접종을 미루기로 했다.
아마도 이메일로 의사소통하면서 우리중 세명이 모더나를 접종했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리지 않아 생긴 일인 것 같다.
어쩌자고 우리 눈에는 '화이자 접종자만이 대상'이라는 문구가 안보였던것일까?
이걸보면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것만 보고, 듣고싶은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맞다.
결국 모더나나 화이자 모두 mRNA 방식이라 대등소이하다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던 우리탓이었다.
그 덕에 모더나 접종자인 나와 남편은 화이자를 접종하는 교차접종 경험을 했다.
이번에도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특별한 부작용 없이 지나갔다.
이전 2차 접종 때에도 몸살 기운을 보이시던 한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타이레놀 없이 버티셨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물론 내가 모더나 2차 때 겪었던 심한 몸살과는 조금 달랐다.
만 하루를 몸져누웠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반나절 정도의 몸살이었다. 모더나 1차 때 정도라고나 할까.
어쨌든 우리는 2차 접종후 7개월만에 부스터 샷을 맞았다.
2차 접종 이후 부쩍 늘어난 가족 방문과 외출,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조심스럽던 마음이 다시 안심이 된다.
지구 한편에서는 백신 부족으로 1,2차 접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에 3차까지 맞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 더구나 그런 사실을 이렇게 글로 남기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먼저 맞은 우리의 경험이 '자료'가 되어 백신의 효능이 검증이 되고 백신 접종의 매뉴얼 수립에 기초가 된다면 그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동안 브런치에 올린 내 개인적 접종 경험이 꾸준히 검색되고 읽히는 것을 보면서 사실 좀 놀랐었다.
그만큼 백신 접종에대한 다양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소리일터였다.
그런중에 수많은 임상사례 중 하나로서 내 개인적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고 그들이 판단하고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쳤을것이라 생각한다면 오버일까??
이제 두 주 정도 뒤에는 매년 하는 독감 예방접종을 할 예정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독감 예방접종을 꼬박꼬박 해왔는지 기억조차 못하지만 이제는 매년 하는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듯이 코로나 백신 접종도 매년 하게 되지 않을까싶다. 아니, 어쩌면 6개월마다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주사 맞은 부위만 며칠 아프고마는 독감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훨씬 후유증이 크지만 어쩌겠는가.
매년 하루 또는 반나절씩 몸살을 앓는 수밖에.
그러나 저러나 생존하기 위해서 맞아야되는 주사수가 점점 늘어나는 힘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