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스위스를 꿈꾸는구나.
아침부터 서두른 덕에 Lauterbrunnen행 기차를 제시간에 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행운은 바로 날씨였는데 약간 쌀쌀하기는 하나 청명하고 푸른 하늘은 스위스 풍경의 필수조건이었다. 기차역까지 걸어가며 바라본 파란 하늘과 푸른 강물은 오염으로부터 조금 비껴간 모습이었다. 매년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는데 아마도 보이지 않는 손길들의 수고 때문이었으리라.
Lauterbrunnen의 풍경은 말 그대로 스위스의 전형적인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산 밑의 낮으막한 골짜기에는 그림에 나올법한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있고 오른쪽의 깎아지른 절벽에선 폭포가 한줄기 길게 떨어지고 있었다.
폭포를 보러 가는 길, 어디선가 아름다운 방울소리가 들렸다. 바로 소들의 목에 걸려있는 방울의 딸랑거림. 그 소리는 느릿느릿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평화로운 모습만큼 내 마음을 평안함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홀리듯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떤 젊은이가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촬영을 하려고 자리를 잡은듯한 그 젊은이를 따라 나도 촬영 방향과 각도를 잡아보니 역시 저 멀리 산들과 마을의 풍경이 조화롭게 한 컷에 담기고 있었다.
여행을 위해 제법 비싼 카메라를 장만한 아들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댔다.
취리히에 사는 엔지니어라는 그 젊은이는 자주 그곳을 찾아 변화하는 풍광을 앵글에 담고 있다고 했다.
그날 그 젊은이가 카메라에 담고싶은 순간은 해질녂의 가을 풍경이라고 했지 아마....
스위스의 그림 같은 사계절 풍광은 그런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포착한 찰나의 모습으로 지구 저편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계획된 일정이 빨리 끝나 처음 예정에는 없던 Wengen으로의 일정이 추가되었다. 이미 늦은 오후의 시간과 쌀쌀해지는 날씨로 약간 망설여졌지만 스위스가 어디 쉽게 올 수 있는 곳이던가?
마침 이곳을 두번째 방문중이라는 태국인 젊은이가 Wengen을 적극 추천하기에 가보기로했다.
Wengen은 산 중턱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전용 관광기차로 오고 가고 있었다. 기차에서 내려 짧은 시간에 쫒기며 둘러보던 우리는 저 멀리 저무는 해가 빚어내는 빛의 오묘함에 시선이 머물렀다.
설산에 비친 석양빛, 석양에 물든 구름, 가을이 깊게 배어있는 나무들과 낙엽들. 고즈넉한 석양 즈음의 그곳은 한 폭의 풍경화같았다.
Wengen에서 우리는 자연의 고요와 신비스러움에 한발짝 더 다가간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내가 본 하룻동안의 스위스는 그런 곳이었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은 푸르디 푸른 호수를 만들고, 풀을 뜯는 소들의 목에서는 청아한 방울소리가 들리고, 교회첨탑의 종소리와 뾰족지붕집 창가의 빨간 제라니움이 너무나도 조화로운 곳.
그곳 사람들은 알까?, 자신들이 이미 천국의 삶속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