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할아버지의 기도 >를 통해 본 삶의 축복
나의 삶은 무척 단조롭다.
하루 24시간, 주 7일의 일상이 매일 거의 동일하다.
그런 일상을 끄덕끄덕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일상은 더 이상 아무런 감동이 없는 지루한 일상으로 변해있다.
그런 지루한 일상 속에서는 '삶이 축복'이라는 느낌을 찾을 수 없다.
이런 때, 레이철 나오미 레멘은 <할아버지의 기도>에서 그저 같은 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우리는 오랫동안 해왔던 일들 안에서 삶의 놀라운 축복을 발견하고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라고.
소아과 의사이며 상담가인 레이철의 책, <할아버지의 기도>( 원 제목은 My Grandfather's Blessings)에는 많은 일화들이 나오는데 그중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암 전문 외과의사가 있었다.
외과의, 그것도 암 전문 외과의는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매일 만나는 암환자들의 하소연과 그들의 암을 치료하는데 지쳐있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한 그는 은퇴를 하고 새로운 삶을 찾고 싶었다. 그런 그를 상담하면서 저자는 잠들기 전에 15분 정도 세 가지 질문으로 그날 하루를 성찰해보도록 조언한다.
'오늘 나에게 놀라운 일이 있었는가?'
'오늘 나에게 감동을 준 일이나 마음에 와 닿았던 일이 있었는가?'
'오늘 나에게 영감을 준 일이 있었는가?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그가 점점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하루에서 가장 놀라운 일은 암세포가 2-3밀리씩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이었고 새로운 약의 효능을 확인하기 시작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눈에 한 젊은 난소암 환자가 띄었다. 그 환자의 옆에는 귀엽고 행복한 모습의 아이가 둘이나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 환자가 엄마로서 얼마나 눈물겹도록 자신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있는지를 알았고 그 사실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 그는 환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아주 훌륭한 엄마군요. 항암 치료 중에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고 있군요. 그 힘이 당신을 암에서 해방시켜줄 것입니다. "
같은 일을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오랫동안 해온 일들 속에서 삶의 다른 측면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눈으로 본다는 것, 그것은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말한다.
마음으로 바라볼 때에만 삶이 지닌 깊은 의미와 축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말이다. (pp.127-133)
또 한 일화는 이렇다.
한 유능한 의사가 있었다. (저자는 암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임상에 지친 의사들을 상담하는 분이다.)
그는 45살 되던 해에 의학 장치를 발명하고 특허를 낸 뒤 20년 동안 그 의학 장치를 만들어 전 세계에 공급하는 회사의 사장으로 일했다. 그가 상담을 받기 시작한 것은 폐암 진단을 받은 것 때문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잘못 살았다는 생각에 휩싸여있었다. 두 번 결혼했고 두 번 이혼했으며 다섯 명의 자녀들과는 연락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폐암에 걸려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사업에만 몰두해 살아온 자신은 실패한 삶이었다.
그에게 레이철은 바로 그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흔쾌히 만남을 승낙한 또 다른 내담자는 그 장치로 인해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젊은 여성이었다.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대접을 하겠다는 그에게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한다.
그리고 축하연이 벌어진 그 집에서 그는 그 의료장치로 인해서 그녀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그녀의 부모와 남편, 그리고 친척들로부터 전해 듣는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이야기를 세 시간 동안 듣는다.
그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레이철이 묻는다.
"일 년에 그 기계 장치를 몇 개나 만드나요?"
"거의 만 개 정도 만들어요. 저는 몇 개를 만드는지 숫자만 알았지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정말 몰랐어요." (pp.232-236)
가족도 등한시한 채 그가 몰두했던 일, 일 년에 만개나 만들고, 그것으로 많은 돈을 벌고, 그것을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정작 그 기계 장치가 아픈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잊고 있었던 거다.
랍비인 레이철의 할아버지는 모든 삶은 축복이라고 가르쳐준다.
우리의 삶 자체가 거룩한 것이며 존재하는 자체가 바로 축복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눈앞의 익숙한 일상에서, 또는 내가 얻는데 실패한 그 무엇으로 인해 그 축복을 깨닫지 못한다.
내가 익숙하고도 지루한 일상 속에서 내 영혼을 터치한 그 무엇을 찾으려 할 때,
실패한 가운데에서도 성취한 또 다른 측면으로 시선을 돌릴 때,
내 삶은 축복으로 넘쳐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4년을 길러온 강아지 한 마리가 나와 시선을 맞추고 꼬리를 흔들어줄 때,
밥을 다 드신 치매 할머니가 뜬금없는 '고맙다'는 말로 감사를 전할 때,
더운 여름 불 앞에서 열심히 조리를 하는 동료직원의 늠름한 뒷모습을 볼 때,
오늘 나는 삶은 살만한 것이라는 짧지만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레이철의 할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그것은 내가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삶의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