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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Jan 22. 2021

드디어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드디어 코로나 일차 백신을 맞았다. 모더나 백신이다.

모더나보다는 화이자 것이 더 믿음이 갔지만 그것은 내 바람일 뿐, 오늘 제공된 백신은 모더나 것이었다.

그리고 한 달 뒤 다음 달 18일에 2차 백신을 맞는다.

2차 백신을 맞고 나면 어쨌든 나는 항체를 갖게 될 것이고 나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노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것만으로도 크게 안심이 된다.

비록 임상검증이 충분치 못해 위험부담을 안고 맞는 백신이지만 계획대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항체를 갖게 되면 우리는 평범했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 관련 주정부 방침과 접종 일정이 이메일로 전달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접종을 받는 사람들은 1A로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들과 최전방의 사람들, 그리고 널싱홈이었다.

우리 같은 Assisted Living은 노인시설이긴 해도 상대적으로 덜 화급하다고 판단했는지 다음 단계인 1B였다.

근처의 널싱홈은 접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웃 시설의 매니저와 우리는 서로 정보를 나누며 우리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에게 등록을 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메일의 내용은 분명히 1A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음에도 1B인 우리에게 이메일이 온 것이다.

이건 뭐지? 1B인 우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은 해당이 된다는 소리인가? 

개별적으로 우리가 가서 접종하는 것인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 

어쨌든 스텝인 우리부터라도 맞아야겠지?


순발력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남편이 재빠르게 우리 부부와 스텝들의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등록을 시켰다. 그러고 나서 받은 컨펌 메일. 등록이 되었고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런 좋은 정보는 나누어야 하는 법.

이웃의 매니저에게 포워드 시켜 알려주었다.

그녀 역시 곧바로 등록을 했단다.

그렇게 등록을 하고 주사를 맞기 하루 전날. 

이웃의 매니저는 그냥 시설로 와서 접종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취소를 해버렸다.

사실 우리도 분명 우리 같은 시설은 1B인데 1A스케줄에 등록을 하고 접종한다는 게 좀 께름칙하던 중이었다.

양심의 소리 탓이었는지 아니면 부작용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 탓이었는지를 모르겠지만 우리 역시 취소해버렸다. 이미 병원에서 접종을 끝낸 아이들은 1A건 1B건 등록이 되고 나면 맞을 수 있는 것인데 취소를 해버렸다고 잔소리를 해댄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누군가가 취소를 하면 남은 백신을 폐기 처분하기까지 한다니 취소한 것이 엄청 후회가 된다.

그러고 며칠 뒤 또다시 메일이 왔다. 다시 등록하란다.

에잇, 모르겠다. 1B인데 이렇게 자꾸 하라고 메일을 보내니 못 이기는 척 다시 등록을 하고 컨펌 답장을 받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과를 마치고 샤워를 한다. 주사를 맞고 나면 이삼일 샤워를 안 할 생각이다.

서둘러 신분증과 시설 종사자 증명서, 그리고 이메일 컨펌받은 것을 출력해 들고 15분 거리의 접종장소로 간다.

건물 입구부터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줄 서있다.

남편은 입구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Assisted Living 종사자인 우리도 해당되는지 묻는다.

그는 그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너희들 컨펌 메일 받았냐? 그 메일과 신분증 보여줄래?"라고 한다.

메일 속 이름과 우리 이름을 확인하고는 되었다고 한다. "엥, 접종할 수 있는 거였어???"


안으로 들어가니 체온 체크를 하고 다시 메일 확인, 본인 확인을 한다. 우리 이름이 그들의 모니터에서 확인이 된다. 그리고 띄엄띄엄 놓인 의자에 떨어져 앉는다.

지금부터는 기다리는 시간. 

순서가 되니 일어나서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복도에 그려진 선을 따라가며 기다리기를 30여분.

드디어 접종실. 우선 손소독제로 손을 문지르고 안내된 의자에 가서 앉는다.

중년의 친절한 백인 간호사는 또다시 본인 확인을 하고 몇 가지 증상이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접종 후 이러저러한 증상이 있으니 그럴 땐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일러준다.

드디어 접종. 지난번 취소했던 것은 화이자 것이었는데 오늘 접종은 모더나이다.

오늘 모더나를 접종했으니 한 달 뒤의 것도 모더나일 터이다.

접종을 끝낸 우리는 셀폰으로 15분 알람 설정을 하고 앱을 다운로드하여 다음 접종을 위한 등록을 한다.


너무나 싱겁게 모든 과정이 끝났다.

문득 이렇게 간단한 것을 가지고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어하고 기다렸나 싶다.

그동안 많은 나라들이 셧다운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던 일들이 이젠 과거의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오늘 늦은 오후, 드디어 우리 시설에도 Walgreens (미국 약국 체인 중 하나)에서 연락이 온다.

컨트랙 양식을 작성해 제출하고 나면 접종 날짜를 지정받게 되나 보다.

발 빠른 조치로 하루가 가기 전에 접종일정이 정해진다. 다음 주 목요일이다.


이젠 우리 집 어르신들 차례이다.

가벼운 질병부터 중증 노환을 앓고 있는 분들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우선 가족들과 의논해서 접종 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접종 후의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겠지.

일일이 메시지를 보내 여부를 묻는다. 모든 가족들이 접종을 원한다.

마침 화상진료를 했던 내과의사 선생님에게도 의논하니 가능하면 모두 접종시키란다.


자, 이제 우리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오늘 주사를 맞은 것처럼 순서대로 모두들, 아니 대부분이 접종을 하면 집단면역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건가?

가게들은 다시 문을 열고, 일자리가 다시 생기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겠지.

쉬는 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사람들은 오랜만에 떠들며 같이 밥을 먹을 수 있겠지.

무엇보다 나는 줌으로 하느라 시큰둥해진 북클럽 멤버들을 다시 초대하고 짐으로 운동을 하러가야겠다.

한국이 올해 접종을 마무리하면 나의 한국 나들이도 가능하려나?


주사 한방이 너무도 크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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