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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Feb 27. 2021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우리 집 코로나 백신 접종이 완료되었다.

나는 지금 막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방금 코로나 2차 접종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번에 모더나 것을 맞았기 때문에 오늘 맞은 것도 모더나 것이다.

사실 일주일 전에 맞았어야 했던 것을 눈 때문에 일주일 연기된 거였다.

지난번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예약 여부만 체크했을 뿐 시간은 그리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예약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갔었다. 나름 꾀를 부린 것이었는데 지난 한 달 동안 경험을 쌓은 접종 체계는 그런 잔꾀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 시간 일찍 왔으니 돌아갔다가 다시 오란다. 쳇.

하는 수없이 다른 볼일을 보면서 기다리다가 예약된 시간에 들어갔다. 대신 기다리는 시간도 그만큼 많이 줄어있었다. 나는 접종 후 15분간 현장에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포함한 모든 절차를 40여분에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직, 간접 경험한 백신 접종 방식은 대략 세 가지 채널이다.


우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널싱홈 등의 경우에는 바로 병원 현장에서 접종을 받았다. 

그들은 접종 우선순위에서 최우선이었으며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선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최소한 의료인들이 진료행위중 코로나 전파의 매개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또 한 채널은 지역 약국을 통한 접종이었다. 

바로 우리 집같이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요양시설들인데 병약한 입주인들을 밖으로 모시고 나가는 대신 약국의 약사들이 방문해서 접종을 해주는 방식이다.

미국에는 Walgreens나 CVS 같은 전국 규모의 약국이 있으며 이들이 보건정책상 서비스 전달체계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미국 약국의 약사들은 일정 교육을 받은 후 약국 내에서 독감이나 대상포진, 폐렴등의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번 코로나 백신 접종도 이들 서비스 전달망을 잘 활용하고 있었고 우리는 이들의 수혜자들이었다.


또 한 채널이 오늘 내가 접종한 방식이다.

주정부에서 규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온라인으로 신청 접수를 한 뒤 지정한 날짜에, 지정된 장소에 가서 맞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 적용하는 대상은, 우선순위의 시차는 있을지언정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내가 그나마 일찍 접종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들을 케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보니 오늘 접종하는 곳에서도 일반 클리닉에서 근무하는듯 병원 스크럽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 역시 매일 환자들을 접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접종하고 있을 터였다.

이번에도 1차 때처럼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로 체온 측정을 하고 줄 서서 들어가 간호사(RN)들에게서 주사를 맞았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생일로 본인 확인을 하고, 몇 가지 묻고, 몇 가지 후유증을 알려주고, 주사 한방!!

끝이었다. 아니 참, 하나 더 있었다. 15분간 알람 설정 후 앉아있다가 기분 좋게 인사하고 건물 밖으로 나오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흠,,, 조금씩 머리가 아파오고 있다. 2차 때는 1차 때와 달리 두통과 몸살 증상이 하루나 이틀 지속된다고 하니 지켜볼 생각이다. 

휴, 제발 가볍게 지나가야 할 텐데...




며칠 전 우리 시설의 어르신들이 무사히 2차 접종을 맞으셨다.


지난 1월 28일 1차 백신을 맞은 후 채 한 달이 안된 2월 23일, 2차 백신을 접종시켰다. 

이번에도 1차와 마찬가지로 화이자이다.

지난 1차 때에는 별다른 후유증 없이 지나갔지만 2차 때에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삼일 정도를 앓는다기에 어르신들이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조금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주사를 맞는 당일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호스피스를 받고 있는 분이었다. 

호스피스 환자의 백신접종은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사실 할아버지는 1차 접종 때도 고민을 했었다.

79세에 이미 신장기능이 2-30%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분으로 하루에 네 번 인슐린을 맞고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체기능이 안정적이어서 접종하기로 했었고 접종 후 특이할만한 후유증 없이 잘 버텨주신 분이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1차 접종 후 두주지나 흡인성 폐렴으로 입원을 했고 더이상 할것이 없다는 의료진의 건의로 가족은 호스피스를 받기로 결정을 내렸다.

호스피스란 무엇인가?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지 않나. 말 그대로 comfort care...

그 할아버지에게 2차 접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무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할아버지의 아들에게 연락을 했다. 아들이 결정을 내려주기를 희망하면서. 

아들은 할아버지의 법적인 후견인 아닌가. 하지만 아들은 판단을 우리에게 넘겼다. 다시 고민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할아버지 주치의 사무실에 메시지를 보냈다. 주치의의 의견에 따르면 될터였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진료 위주로 하고 있는 오피스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꼼짝없이 우리가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모양이다. 


우선 접종했을 경우를 생각해보았다.

퇴원 후 두드러지게 약해진 할아버지는 밥(퓌레 형태로 드린다.)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침대에 누워 주무신다. 많이 약하기는 하지만 바이탈은 정상범위이다. 접종 후 길게는 이삼일 앓으며 더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대신 호스피스팀이 드나들며 우리 집 누구보다도 외부인들의 접촉이 많은 할아버지에게 항체가 생길 것이다. 최소한 코로나에 감염되어 사망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호스피스 상태이지 않은가??...


반대로 접종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마스크 사용과 외부인 출입을 각별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스텝들과 다른 레지던트들이 모두 백신을 맞았으니 우리로부터의 전염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간호사, 소셜워커 등 외부인의 접촉이 많다. 호스피스 상태로 이미 적극적 치료를 포기했지만 코로나 감염으로 그조차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아버지의 호스피스 결정에도 힘들어했던 따님을 생각하자 우리의 마음은 접종을 해드리는 것으로 기울었다. 우리가 접종을 포기하면 그녀는 우리가 할아버지를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또한번 절망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래, 맞게 해드리자.

이미 할아버지에게 백신 접종의 문제는 의료적 범위를 넘어서 있다고 느꼈다.


오후 1시에 주사를 맞은 어르신들은 이른 저녁이 되도록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는 가족들 모두에게 접종 사실과 아무 문제없음을 텍스트로 알려드렸다.

하지만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두 분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분은 혈색이 핼쓱해진 채 식은땀을 흘리셨다. 평소 걷는 것이 점점 둔해지던 분이었는데 밤부터 다음날까지 잘 걷지를 못하셨다. 

또한 분은 호스피스 환자였다. 역시 다른 분들과 달리 후유증이 있어 보였고 인지손상으로 잘 표현은 못하셨지만 Agitation으로 몸이 편치 않음을 드러내셨다. 

하는수없이 두 분 모두에게 타이레놀을 드리고 잠을 더 많이 주무시게 해 드리는 수밖에.... 

그렇게 만 하루반이 지나자 두 분은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다.

나머지분들은 어떠셨나고??

괜찮으신지 물어보는 나에게 90넘은 할머니 한분은 "우리 주사 맞은거냐?"라고 되물으셨다.

진짜 아무렇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아픔과 이상 징후를 노화로 잘 감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5-60대 젊은 우리들보다 훨씬 잘 견디셨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26일부터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종에 동의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내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접종 후 후유증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듯하다. 

최근에 호스피스를 받게 된 분조차도 감당했지 않나.


백신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중요하게 생각되어지는것은 바로 '집단 면역'이다.

노인을 돌보면서 코로나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나로 인해 노인들에게 미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었다.

변형 바이러스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최소한 나로 인한 전염이나 시설 내 집단 감염은 어느 정도 예방하게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도 부디 너무 겁내지 말고 순차적으로 맞으시길 바란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또 대부분 사람들의 고통분담으로 코로나를 잘 견뎌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함께 이루어낼 '집단 면역'으로 코로나도 '그저 독감 같은 것'으로 넘겨버리고싶다.



사족, 주사는 의사보다 간호사가 더 잘 놓지 않나? 왜 의협이 협조하니마니 하는지 더 이상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집단이기주의가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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