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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5. 2021

1. 새해를 맞이하러

[해의 경계에서] 인천 국제공항, 2017년 12월 29일

내일 아침 7시 비행기로 도쿄에 가는지라, 공항 코 앞에 있는 숙소에 하룻밤 묵으려 짐을 풀고 일기를 쓴다.


올 한 해는 유난히 힘들었다. 업무상으로도 내 재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된 시기였고. 몸이 많이 망가져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많은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고. 무언가 이루지 못한 채 더 이상 청년이라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누가 어찌해줄 수 없는 근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연말만큼은 그 모든 것에서 잠시라도 눈을 돌리고 싶어, 이제 여행지라기보다는 그냥 살던 동네 중 한 곳 같은 도쿄로 잠시 도망간다. 좋아하고 그리워하던 모든 것들이 다 제자리에 변함없이 놓여있었으면 좋겠다. 그 풍경을 다시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될 것 같다. 타카다노바바의 역 앞 풍경이, 시부야의 복잡한 교차로가, 요코스카의 조금은 심심한 바닷가가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면 고맙겠다.


집에서 나올 때는 귀찮았는데 낯선 방 안에서 눈을 붙이려 하니 조금씩 들뜨고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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