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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5. 2021

2. 항상 그랬던, 그래서 좋은

[해의 경계에서] 도쿄, 2017년 12월 30일

마치 8~9년 전의 유학시절과 거의 달라진 게 없는, 항상 그랬던 도쿄의 골목골목을 떠돌아다닌 하루.


부상으로 상태가 불안한 오른쪽 발목이 조금 욱신거려 처방받아 두었던 진통제를 하나 먹어뒀다. 그동안 후쿠오카랑 오사카에서 맛있는 돈코츠 라멘을 많이 먹어봐서 그런 걸까. 언제나 나에게는 최고일 줄 알았던 '나나시 라멘'이 조금은 평범하게 다가왔던 건 의외의 섭섭한 점이다.


늦봄쯤의 교토 여행부터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고 있다. 그 시절의 한 순간을 온전히 떠올리기에는 사진만으로는 불완전하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아서 그럴까.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집 강아지 동영상 하나 정도는 찍어둘 걸 그랬다. 그때 동영상 기능 있는 카메라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가끔은 참 보고 싶다.


요요기 공원의 한적한 분수 소리라던가, 시부야의 소란함, 타카다노바바 역에서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들리는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 멜로디, 일본에서 살던 때에는 제법 신기한 구경거리인 줄 모른 채 무심히 지나쳤던 집 근처를 지나던 노면 전차. 어학원 등하굣길에 항상 자전거 타고 다니던 하천의 물 흘러가는 소리.


참 별거 아닌, 오직 나에게만 추억이 될 영상들을 남기고 있다. 10년쯤 뒤에 다시 보면 꽤 반갑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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