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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8. 2021

3. 7월의 블라디보스토크

[9288km] 블라디보스토크, 2018년 7월 28일

어제가 제법 시원했던 거였다. 구름 한 점 없는 7월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제법 더웠다.


마실 걸 제대로 챙기지 않고 돌아다니면 열사병에 걸릴 수도 있는 날씨였다. 사람은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것부터 우선적으로 찾게 되나 보다. 독수리 전망대까지 걸어가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상태에서는 경치고 뭐고 음료수 한잔 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름 이름 있는 전망대니까 당연히 매점이나 자판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 게 실수였다. 여긴 한국이 아니라는 걸 자주 잊어버린다.

땡볕에 해변 공원을 돌아다니다 보니 피부가 제법 타버렸다. 횡단 열차 안에서 따가운 피부 때문에 고생할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숙소에 돌아와 씻고 나니 생각보다 괜찮아 안심이다. 다시 가본 해변 공원에서는 바다의 신 넵튠과 관련된 뭔가 어설픈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시민 장기자랑 시간에 강남 스타일이 나올 줄이야. 저 노래는 한동안 아주 잊히지는 않을 것 같다.

점심에 파스타를 먹고, 러시아에서도 팁을 받는다는 걸 어디선가 들어 팁을 드리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영수증에 안 되는 산수까지 하며 팁을 드리겠다는 걸 어필했지만 계산서만큼의 거스름돈만 가져오셨다. 전달이 잘 안된 걸까, 아니면 내가 제대로 몰랐던 걸까. 나중에 보니 영수증에 이미 팁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녁에 먹었던 곳에서도 영수증에 서비스료가 명시되어 있는 걸 보면 제시한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건가보다.


한국에는 없는 문화 중 하나라 항상 잘 잊어먹고, 어떻게 얼마만큼 드려야 하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 좋은 서비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는 진심만 있어도 괜찮을 거 같지는 않다. 사람의 마음은 제대로 된 언어로 표현해야만 알 수 있는 거니까. 팁에 관련된 포스팅이랑 러시아어를 좀 더 찾아봐야겠다.


숙소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계속 초인종을 눌러댔다. 괜히 이상한 사람을 들여 책임을 질까봐 잠시 망설였지만, 내려가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들어온 사람과 여행 친구가 되었다. 일본에서 온 M이라는 이름의 여자분이다. 러시아에 와서 처음으로 여행 친구와 소소한 잡담을 나누고, 여행정보도 교환했다.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뭔가 변하거나 얻거나 또는 버리려면 내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창한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어쨌든, 계속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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