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8km] 시베리아 횡단 열차, 2018년 8월 1일
맞은편의 할머니가 계신 자리에 개구쟁이 손자가 사귄 같은 칸 꼬맹이들이 놀러 온다. 놀러 왔던 꼬맹이 중 한 아이를 주변에 폐가 될까 걱정된 엄마가 혼내며 데려간다. 그게 섭섭한 아이는 울기 시작하지만, 이내 엄마의 눈을 피해 다시 아장아장 어설픈 걸음걸이로 개구쟁이 손자에게 장난을 치러 온다.
잠시 들렀다 가는 아저씨, 여인, 소녀, 어린이 승객들은 마치 서로 오래된 동네 사람들처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웃는 얼굴로 작별한다. 그러다 멋진, 바이칼 호수 같은 풍경이라도 나타나면 창밖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구경하고 사진 찍으며 또 수다를 떤다. 마치 80년대의, 어릴 때 살았던 동네처럼. 서로 정다운 이웃 같기도, 가족 같기도 했던 007 열차 13번 칸.
바이칼 호수가 나타나면 식당칸에 가서 경치를 감상할 계획이었지만, 13번 칸의 정겨운 모습에 조금 더 녹아들고 싶어 그냥 남아 있었다. 바이칼 호수는 여기서도 볼 수 있었으니까.
3시간 후면 이르쿠츠크 역에 내린다. 횡단 열차에서의 여행이 절반 정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