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9288km] 이르쿠츠크, 2018년 8월 2일

by 정원

열차는 한밤 중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알고 보니 맞은편 할머니의 손자는 동행하는 내내 나랑 친해지고 싶었나 보다. S라는 이름의 아이였다. 열차에서 내리기 전에 서로 기념사진을 찍고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다. 할머니와 S는 노보시비르스크까지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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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부터 구글 맵에 의지해 깜깜한 밤길을 걸어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구입한 유심이 통화까지 되는 사양이라, 낯선 거리 한복판에서 호스트 분과 몇 번을 다시 통화해 간신히 예약한 호스텔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좋았던 것도 잠시, 같은 방 러시안 청년들 셋이 밤늦게 술 마시고 방 안에 들어와 떠드는 바람에 꽤 불쾌했던 밤. 호스트에게 방을 바꿔달라고 말하자 오늘 떠나는 애들이라 괜찮다고 하길래 믿었건만, 오후에 돌아와 보니 그대로 있다. 아마 술병이 나 하루 미룬 거겠지.


이번 호스텔은 운이 없었던 걸로.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돈 더 내고 호텔에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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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고는, 이르쿠츠크는 제법 괜찮은 여행지였다.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는 동네였다. 거리 이곳저곳, 재래시장, 백화점, 아르바트 거리를 돌아다니며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한 날. 관광지로서는 그다지 볼 게 없는 곳이지만, 여행지로서 묵어가기엔 가치가 있는 곳인 것 같다. 마트에 들러 지저분하게 자라난 수염을 깎을 면도기를 샀다. 플라스틱 덮개가 있는 걸로 고를걸 그랬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제일 싼 걸로 고른 잘못이지.


내일은 조금 일찍 일어나 가루 감자 컵을 먹고 트램 타고 버스 터미널에 갈 거다. 바이칼 호수 중앙의 올혼 섬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길이 험하다는데 멀미가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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