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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천 Jul 23. 2021

3. 마법이 풀려버렸나 보다

[첫 출근을 앞두고] 도쿄, 2016년 6월 20일

오전에 오다이바에 잠시 들렸다가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이틀을 비워두었던 아키하바라였지만, 오늘 하루 만에 웬만큼 보고 싶고 사고 싶은 건 다 산 것 같다. 사려고 점찍어 뒀던 물건도 막상 돈을 쓰려고 하니 아까운 느낌이 들어 망설이다가 결국 사지 않게 되고. 철이 든 건 절대 아닐 텐데.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100일 동안 여행하면서 내 삶의 일부였던 온갖 취미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했다. 한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그렇게 열심히 모았던 건담 프라모델도 영 시큰둥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돼도 상관없을 물건이 되어버렸나 싶기도 하고. 아직 좋아는 하지만, 좁아터진 방 크기도 상관하지 않고 마치 하루 일과처럼 당연히 수집하던 습관에선 조금 멀어진 듯하다. 어떻게 보면 맹목적인 관성이라고 할 수도 있는 무의식적인 습관에서 멀어진, 한 마디로 걸려 있던 마법이 풀려버린 게 이유이지 않나 싶다.


결국 콘텐츠의 수명이란 건 소비자에게 씌운 마법이 풀리는 순간 끝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이 개발자들을 쥐어짜서 주 단위로 업데이트를 하나 싶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참 피곤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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