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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Aug 04. 2024

첫날은 역시, 신고식이죠.

긴장의 끈을 놓지 마세요.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다시 긴장의 연속이었다. 깜깜한 밤 간간히 불빛 사이로 보이는 낯선 풍경,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색하게 주고받던 대화. 어두운 밤 숙소로 향하던 그 순간, '진짜 내가 외국에 나왔구나, 이제 새로운 생활 시작이구나'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약 20분을 달려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지만 그곳을 둘러볼 여유 따윈 없었다. 첫 해외라는 긴장감, 앞으로 두 달을 이곳에서 잘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새로운 환경 앞에 놓인 상황, 새벽 2시가 지난 늦은 밤. 그저 짐을 챙겨 숙소로 들어가는 게 나의 최선이었다.


세부에서의 내 공간


내가 배정받은 숙소는 3인 1실. 늦은 시간 탓에 룸메이트와 인사는커녕 불조차 켤 수 없었다. 그저 커튼 뒤 희미한 빛에 의지해 필요한 짐을 꺼내고, 살금살금 이동해 씻고. 너무 피곤했던 탓에 빈 침대에 몸을 뉘을 때만 해도 바로 잠들겠다 했는데 옆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숨소리가 들려오자 오히려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 해외에 머무는 동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면 좋겠다 했더니 해외생활 첫날밤부터 그 바람이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 


스펙터클 했던 오늘 하루를 떠올려보니 그저 웃겼다. 해외 나간다는 사실에 설레다, 혼자 남으니 갑자기 긴장했다가, 종이 2장에 겁먹고, 도둑이사를 하듯 숙소에 들어온 상황까지. 그 어느 하나 내 예상에 없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앞으로도 예상 밖의 일이 많이 생길 텐데, 내가 그런 상황에서도 잘 살아낼 수 있나? 하고. 그 밤 그 불안을 잠재우려는 듯, '난 잘 살아낼 거야' 다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잠에 빠져들었다.


볼 때마다 홀린 듯 찍던 풍경


묘한 밤을 보낸 뒤 마주한 아침, 눈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 그 하나로 난 내가 세부에 있단 걸 실감했다. 색색깔의 건물, 중간에 위치한 수영장 그리고 제주에서나 볼 듯한 나무. 방 한편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캐리어를 놓으면 여유조차 없는 공간이 유일한 내 공간이었지만 이곳 생활이 기대됐다. 앞으로 생활이 눈에 들어오는 풍경처럼 설렘으로 가득할 것 같아서.


그렇게 이제 좋은 일만 펼쳐질 것 같았지만 정작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긴장의 끈을 놓지 마세요'라는 메시지였다.


아침 먹고, 예고도 없이 시작된 레벨 테스트. 긴장된 분위기 속 어색하게 서로 멋쩍은 인사만 건네고. 현지인 카페 가서 외국 분위기도 느끼고, 음료 맛있게 먹어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나 했는데 갑작스러운 비에 쫄딱 맞으며 숙소에 돌아오고.


단짠 가득했던 첫 날의 외출


내가 한국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곳과 다른 공간에 있다는 걸 깨닫게 했던 세부에서의 첫날. 세부 생활을 즐기면서도 긴장의 끈은 놓으면 안 되겠다 마음먹었던 날. 두 달 동안의 세부 생활은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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