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은 말을 참 많이 한다. 듣기도 많이 듣지만 일단은 말이 많다. 그래서 목소리가 중요하다.
여성들이 남성에게 반하는 이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매력적인 목소리라고 하던가? 고객을 반하게 하는 영업사원의 매력과 스킬 중 비주얼과 목소리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를 가진 영업사원은 엄청난 신검 아이템을 쥔 전사캐릭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릴 때로 돌아가서 변성기를 다시 겪을 수도 없지 않은가? 탤런트 이정섭 선생님 정도만 아니라면 일단은 영업을 하는데 치명적이라고 핑계 대긴 어렵다. 톤이나 억양등은 조금씩 바꾸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쉽지는 않다. 그리고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쌓이면 상황에 따라 본능적으로 조절을 하는 법도 익히게 된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이 있다. 그건 사용하는 단어를 바꾸는 일이다. 무언가를 말할 때, 대답할 때 쓰는 언어습관을 고치는 일이다. 수십 년 동안 항상 그 상황에서 써왔던 단어이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나는 한때 PT를 할 때 '실질적으로'라는 말을 너무 자주 써서 오히려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묘하게 그 말은 정확한 상황이 아닌데도 습관적으로 쓴다. 의식적으로 빼려고 하면 발표멘트가 어그러진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실질적으로'는 습관이 아닌 사람들도 많을 거 같아 말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정도로만 쓰자. 이제 대부분의 영업사원이, 아니 거의 모든 직장인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를 바꿔보자. 이건 살짝만 의식해도 바꿀 수 있고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에 연습하기도 쉽다. 그런데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 진지한 고객사 : 봉팀장님. 이건 이게 맞는 거죠?
- 속으로는 딴생각 중인 봉팀장 : 맞습니다.
- 확인받고 싶은 고객사 : 그럼 이럴 땐 이렇게 해야겠네요?
- 계속 딴생각 중인 봉팀장 : 네. 맞습니다.
- 약간 짜증 난 고객사 : 아니 봉팀장님은 왜 맨날 맞아요? 따에요?(웃음)
- 깜짝 놀란 봉팀장 : 네? 아니 그게 아니라ㅠㅠ
'맞습니다'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쓰지 말자. 직장인이 가장 많이 쓰는 말 금메달은 '맞습니다'이고 은메달은 '잠시만요'이고 동메달은 '실질적으로'이다. 그중 금메달을 이제 단상에서 끌어내리고 다른 선수에게 금메달을 수여하자. 그 선수의 이름은 '정확합니다'이다.
'맞습니다'라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당신의 말과 당신의 의견이 나와 다르지 않고 틀리지 않고 맞는 말이라는 뜻이잖는가? 그런데 그 말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라면 희소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는가? 아무리 본인은 진심을 담아서 '맞습니다'라고 얘길 해도 희소성이 떨어진다면 진심이 전달되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앞으로는 '맞습니다'라는 말을 써야 될 경우엔 그 말을 쓰지 말고 '정확합니다'라는 말을 쓰자. 거기에 감동받은 표정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을게다. '정확합니다'라는 말은 내 경험상, 상대방의 의견이나 말에 대해 존중한다는 느낌을 훨씬 크게 전달할 수 있다. 단순히 옳다라는 맞장구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냐라는 감탄을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경청하고 있구나라는 감동을 줄수도 있다는 말이다. 20년이 넘게 고객과 민원인을 영업하고 상대하면서 터득한 꿀팁이니 믿어도 좋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자주 쓰는 말이니 연습하기도 좋다. 맞습니다를 쓸 때 깜짝 놀라면서 후회하면 일단 기본자세는 된 거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확합니다'가 입에 붙는 습관이 될 것이다. 그 순간 그대의 레벨은 몇 단계 상승하여 중간보스정도는 한칼에 물리칠 수 있는 전사가 된다. 그리고 당신의 파티원들도 다 당신을 의지하게 될 것이다. 일단 올림픽을 시작했으니 금메달 말고 은메달 동메달 심사도 나중에 다시 진행해 보자. 이러다 보면 대한민국 양궁처럼 금은동 싹쓸이도 가능하지 않겠나?
사족 :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늘 궁금한 거지만 여럿이 합심해서 노력하는 구기종목이나 1인종목이나 다 똑같이 금메달은 하나다. 왜 일까? 그 이유는 알수 없지만 확실한 거 하나는 있다. 메달 순위 집계에서는 똑같지만 주최측의 입장에서 볼때는 구기종목이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 같은 원가의 메달을 몇배 더 만들어야 하니까. 영업사원의 시점에서 볼때는 구기종목 보다는 1인종목에 영업을 더 쏟아야 하는 이유다. 물론 단순 제품을 파는 순익과 원가보다 더 큰 효과도 고려해야 겠지만.(난 참고로 구기종목만 시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