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실전노트
먼 길을 달려왔다. 1탄에서는 왜 회사는 영업분야를 나누어 운영하는지를, 2탄에서는 가장 큰 분류인 공공영업과 일반기업영업의 영업특성을 살펴봤다.
하지만 누차 말하지만 영업의 채점표는 어느 분야에서 영업을 하고 있느냐에 매겨지지 않는다. 분야가 어디냐 보다는 회사에 얼마의 매출을 가져왔느냐, 얼마나 유의미한 숫자를 보여주느냐에 매겨질 뿐이다. 하지만 그 숫자를 잘 받기 위해서, 만약 똑같은 과목이지만 교수가 누구냐에 따라 C 받을 걸 B 받을 수 있다면 미리 교수의 성향을 살펴보고 나와 궁합이 맞는지를 파악해 보는 건 당연히 고려사항이다.
난 그걸 기출문제를 미리 푸는 거라고 표현해 본다. 앞서 1, 2탄을 통해서 과목의 특성에 따른 시험출제유형을 확인했으니 이제 어느 교수에게서 수업을 받을지를 심플하고 간결하게 고민해 보자. 고민과 심플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굳이 이렇게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주제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영업과 일반기업영업두 분야를 다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몇 년도 기출문제가 더 좋더라 정도의 정보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만약 자신이 공적인 멘트나 대화, 문서를 만드는데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좋아한다면 공공영업을 Try 해보라.>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공무원중에 프리한 성향이라고 자기를 생각하고 실제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 모두는 공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공문을 보는데 할애하고 공적인 행사를 치르고 딱딱한 보고를 하면서 보내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의 상사에게는 오피셜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고 당신은 그런 그들에게 당신의 제품을 설명하고 견적하며 제안을 해야 한다. 문서한장을 전달하더라도 체계가 있고 근거가 있는 문서를 원한다. 영업사원이 그런 것에 체질적으로 알레르기가 있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고 다양한 영업방식을 구사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일반기업영업을 선택하라.>
공공영업은 영업방식에 제약이 많다. 하다못해 술을 한잔 사고 밥을 한 끼 사려고 해도 부담을 가진다. 그 이외에 있을 수 있는 많은 접대와(접대의 모든 것 편 참고) 향응도 쉽지가 않다. 상대적으로 민간분야는 덜하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도입할 때면 오히려 당당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당신에게 먼저 술을 한잔 사라고 할 수도 있고 골프부킹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제 공무원들은 접대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이다. 내 자랑 같지만 나만해도 교통과에서 버스행정을 볼 때 지역 버스업체 책임자와 3년 동안, 같이 밥을 먹은 적도 없다. 끊임없이 그분은 원하셨지만 쉽게 응하기 어려웠다. 바른 방향으로 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당신이 드라마나 영화, 웹툰에서 MSG가 다소 가미된 각종 영업스킬과 극적인 반전등을 좋아한다면 공공영업보다는 일반기업영업을 하길 추천한다.
<이제 마지막이면서 가장 중요한 기출문제다. 만약 당신이 사람과의 연락과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고 인내심이 많은 편에 속한다면 공공영업을 선택하라.>
알다시피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공무원은 순환보직을 시행한다. 지자체 공무원의 경우, 물론 직렬의 예외는 있지만 2년에서 3년, 어쩔 땐 더 짧은 기간에 부서와 보직을 변경하고 이동한다. 영업사원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까지 어떤 사안을 가지고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오늘 인사발령이 나서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부서로 전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순환보직제도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일반적인 공무를 두루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취지이고 무엇보다 유착을 방지하여 공정한 공무를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 영업사원의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인 경우가 생긴다. 처음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며 사업의 취지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에너지낭비를 초래한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일반기업의 고객은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할 수도 이민을 갈 수도 있다. 그 회사를 그만두고 비슷한 다른 회사로 가는 경우가 아니면 한때 비즈니스를 같이 했던 그냥 지인으로 남을 뿐이다.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다. 보직과 업무가 바뀔 뿐이지 그 고객은 계속 공무원이다.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유지하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 당신의 고마운 고객이 될지 모른다. 어쩌면 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당신의 자문을 구할 수도 있으며, 엄청난 물량의 제품도입에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당신이 조급함을 덜고 꾸준한 연락과 안부를 묻는데 평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공공영업사원의 명함을 지갑에 넣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위에서 얘기한 건 공공이든 민간이든 영업사원이라면 다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맞는 얘기다. 부인하지 않겠다. 그리고 사실 영업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회사에서 배치하는 대로 TO가 남는 대로 그 분야에서 영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1~2년 하고 영업을 그만둘게 아니지 않은가? 영업을 하면서 영업사원으로 머리가 커지게 될 것이고 본능적으로 몸이 끌리는 분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이 기출문제를 한번 찬찬히 풀어보길 바란다.
기출문제를 풀지 않고도 얼마든지 A+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시험이고 선택이라면 해 볼 수 있는 걸 다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내기 영업사원들에게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내 사수가 누구냐 일 것이라 생각한다. 난 운 좋게도 지금도 현역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좋은 사수와 직속상관을 만났었다. 그분이 하시는 걸 따라 하고 배우려고 애를 썼고 내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되려고 최선을 다했다.
왜 영업사원은 나가수의 가수들처럼 존경받는 선배가 없을까? 똑같이 직업인인데 왜 의사들은 존경하는 선생님이 스승님이 선배가 있는 데 영업사원들은 그렇지 않을까? 영업을 하면서 항상 가졌던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 아니었나 싶다. 생각해 보면 내 주위엔 조용필 못지않은 일과 일상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성실하고 유능한 선배가 후배가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 지금도 오랜만에 만나면 밝은 미소로 포옹으로 그들과 인사를 한다.
사족 : 얼마전 예전 같이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동료들과 오랜만에 운동을 같이 했다. 반나절이 넘는 시간동안 같이 라운딩을 했는데도 예전의 얘기로 끊임 없이 즐거웠다. 진심으로 치열하게 때론 낭만적으로 젊음을 바쳤던 시기라 그랬으리라. 그때 한참 막내였던 친구는 이제 어엿한 영업팀장이 되어 부하직원들의 아쉬운 점을 토로한다. 속으로 웃었다. "이 친구야 15년전의 자네도 5천년전의 비석에서 나온 글귀랑 똑같았어.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