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실전노트
헤드헌터 회사에서 날아오는 취업제안 메일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많이 아는 잡코리아나 인크루트, 그 외에 수많은 헤드헌터들은 오늘도 구인을 하는 회사와 구직을 하는 이직희망자들을 연결하고자 열심히 노력 중이다.
보통 회사를 그만둘 때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다른 회사에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웃이 되거나 어떤 이유로 다음에 갈 회사를 정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어 구직을 하게 되는 경우. 후자의 경우엔 위에 말한 사이트 등에 이력서를 보내고 구직제안을 받게 된다.
나도 후자인 경우가 한번 있었어서 헤드헌터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고 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제안 메일은 이러저러한 것을 제외하면 딱 2가지로 요약된다.
1. 지금 영업사원을 채용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
2. 그런데 그 회사는 어느 영업분야 몇 년 차(혹은 직급)의 영업사원을 원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채용을 희망하는 회사도 아니고 몇 년 차도 아니다. 어느 분야를 원하느냐 이다. 왜 그걸 꼭 명기하는 걸까? 그냥 영업능력이 출중하고 몇 년을 영업했고 하는 것만 알면 되지 왜 굳이 중요한 항목으로(대개 볼드체로 적힌다) 어느 분야 몇 년 이상 경력자라는 걸 꼭 요구하는 걸까?
도대체 회사는 어떤 곳에 자신의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팔고자 하는지를 왜 중요하게 여기는가? 왜 그렇게 테리토리(영업분야, 혹은 영역)를 수시로 바꾸고 실험하는가? 우문이지만 곱씹어 볼 사안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물어야 한다. 난 어느 분야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가? 난 어느 분야에서 내 영업의 포텐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인가? 새내기 영업사원들의 경우엔 답을 듣고 싶어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이제 그 해답을 알기 위해 조급함을 좀 내려놓고 먼저 일반적으로 영업분야를 어떻게 나누는지를 얘기해 보자.
영업분야를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난 편의상 공공영업 분야 이냐 민간영업 분야 이냐로 나누는 게 가장 심플하다고 생각한다. 군인과 민간인으로 구분하는 것처럼 직관적인 것도 장점이고 가장 넓게 영역을 포함할 수 있는 구분인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 얘기할 각 분야별 영업방식의 차이에 있어서도 객관적이고 계량적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구분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굳이 구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공공이든 민간이든 들어오는 대로 선입선출의 법칙을 적용해 영업팀, 영업사원의 구분 없이 닥치는 대로 영업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체계가 있는 회사라면 그리고 영업조직이라면, 그리고 그 제품이 양쪽 모두 영업이 가능한 것이라면, 크게는 공공영업본부와 민간영업본부로 나눈다.
앞서, 두 개의 구분이 많은 세밀한 부분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말했었다. 공공영업은 다시 세분하여 공기업, 공사, 중앙정부, 산하기관, 지자체 등으로 세포분열을 한다. 민간영업은 다시 제조업, 금융업, 그 외 일반기업등으로 촉수를 펼친다. 세분화된 분야를 팀으로 명명할 수도 있고 큰 회사는 본부로 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기에 선호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예외는 항상 있다. 눈치챘겠지만 이렇게 땅따먹기 할 때 선 긋듯이 분야를 구분하기 어려운 깔끔하지 않은 사이트가 있다. 교집합이다. 예컨대 한국은행은 공공기관이면서 금융기관이다. 한국마사회는 공공기관이면서 일반기업이다. 강원랜드는 또 어떤가? 가장 사행적인 불법회사 같은데 공공기관이다. 그래서 실제로 공공영업팀과 금융영업팀은 서로의 테리토리 문제로 갈등을 겪는 일이 많다. 그런 사례가 많다 보니 회사에서는 영업기여도를 통해 일정정도의 실적을 배분하거나 아예 사이트를 미리 배분하기도 한다.
자. 그럼 보다 본질적인 얘기를 해보자. 왜 나누는 가? 그냥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사겠다는 사람에게 팔면 되지 회사내부의 갈등까지 초래하면서 왜 영업분야, 영역을 구분해서 영업활동을 하려고 하는가?
첫 번째는 제품 또는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전문적인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전문성을 가지는 것도 있고 고객들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예를 들어보자. 아까 같은 교집합의 사이트를 상정한다. 금융기관인데 대부분의 구성원은 공무원이거나 공기업 직원이다. 그곳에 금융영업(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전문가가 영업을 진행한다. 그 사람은 금융회사가 가지는 내부적인 업무 흐름, 절차, 향후 기대효과 등을 다 꿰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런데 모르는 게 있다.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는지, 기획재정부와의 관계는 어떤지, 관련법은 어떻게 제정할 예정인지, 실제 도입과정에서 공공기관과의 시스템연동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비전문적 분야다.
이럴 때 회사는 공공영업을 하는 조직원을 투입한다. 고객사는 공공분야에서도 레퍼런스를 많이 보유한 이 회사의 경험을 확인하고 신뢰도를 상승시킨다. 하나만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 나중에 내가 겪게 될 교집합으로서의 내 회사의 성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믿음이 가는 업체라고 느낀다. 그냥 그건 굳이 영업사원이 아니어도 확인할 수 있지 않냐고? 책상에 깔아놓은 명함에 박힌 공공영업 3팀 아무개라는 시각적 자극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물론 이렇게 다른 분야의 영업사원이 조인해서 함께 영업하는 경우는 흔치는 않다. 하지만 고객에게 내가 도입할 제품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안심은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를 같이 트는 것만큼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당연 영업 효율성 제고다. 분야가 같은 회사가 가지는 고민의 정도와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필드의 이마트와 우리 동네의 이마트24는 수준차이가 나겠지만 적어도 같은 공공기관이거나 보험사, 건설사, 증권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얘기는 영업사원이 무언가 영업기회를 포착했을 때 빠르게 비슷한 류의 회사에 확산시킬 수 있는 걸 의미한다.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공공기관과는 달리 일반기업은 자기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신속하게 도입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다. 만약 경쟁사가 그 제품을 도입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는 업계풍문(정확히는 영업사원의 입바람)이 돌 경우 급속도로 제품도입을 서두를 확률이 높다.
조금 재미없는 사례일 수 있지만 하나만 들어보자. 한때 증권사에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VPN이라는 보안 기술을 적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IT 보안 솔루션의 특성상 보안이 강화되면 일반 업무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 내가 다니던 회사는 라인을 두 개로 빼서 보안라인과 일반업무라인을 구분하는 VPN 제품을 증권사에 제안했고 거의 모든 대한민국의 증권사는 우리 회사의 제품을 도입했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모든 증권회사에 한 영업사원이 영업을 한 게 아니라는 거. 위에 말한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는 그 순간, 각 금융업체에 선이 닿아있는 조직의 모든 금융영업사원들이 순식간에 일사불란한 영업대오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분야를 구분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중요한 이유다.
세 번째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가격정책이다. 같은 제품이어도 영업분야별로 가격정책, 또는 영업정책을 다르게 가져가는 건 상식에 속한다. 특히 IT 솔루션의 경우는 더 그렇다. 판매처가 많을수록 매출은 상승하는 게 당연하지만 영업분야에 따라 사이트의 수가 다 다르다는 점이 딜레마이면서 구분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영업본부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예상 판매 사이트 수다. 몇 개의 사이트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보고 제품개발비, 영업비, 제품설치에 들어가는 인건비, 간접비 등의 원가를 제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소비자가를 책정한다.
당연히 영업분야에 따라 판매예상 사이트 수는 다를 것이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다. 그 제품이 공공기관 대부분에 영업이 가능한, 다시 말하면 예상 판매사이트가 많다면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금융기관은 사이트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면 높은 가격정책을 가져가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런 변수들이 있기에 가능하면 영업분야별로 구분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가격정책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같은 테리토리에서는 가격정책이 다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예외는 늘 있다.)
가격정책이 중요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IT솔루션의 경우 판매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턴키방식이고 나머지 하나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라 불리는 임대방식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턴키방식은 한방에 솔루션 비용을 받고 이후에 유지보수 계약을 하는 방식이고 ASP는 처음에 일정정도의 설치비(이걸 MG, 즉 Minimum Garrenty 라고도 한다)를 받은 뒤 매월 또는 정해진 기간에 임대료 형식으로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자동차로 치면 리스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턴키인 경우는 좀 심플한데 ASP의 경우에는 다양한 형태의 판매방식을 취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MG라는 초기비용은 큰 차이가 없는데 월비용의 경우는 월정액 혹은 고객사의 사용정도나 매출에 따라 비용이 변동하는 러닝개런티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영업사원의 입장에서 초기비용인 MG를 많이 받고 월비용을 적게 받을 것인가 아니면 MG의 부담을 줄이고 월비용에 더 힘을 쓸 것인가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다. 물론 고객사의 의견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고객사도 어느 게 더 이익일지를 미리 알 수 없기에 더 그렇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연예인 화보서비스 보안제품을 영업할 때였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PC에서 서비스를 할 때였으니 꽤 오래전 얘기다. 그때 주인공이었던 연예인이 사실은 이미 한물갔다고 평가받는 사람이어서 서비스를 기획한 고객사는 큰돈을 벌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컨텐츠였다.
화보컨텐츠를 보안하는 솔루션을 영업하면서 난 이 서비스의 월비용을 월정액으로 받을까 아니면 매출비율에 따라 러닝개런티 형태로 받을까를 고민했었다. 고객사는 앞서 말한 대로 큰 매출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정액이든 러닝개런티든 상관없다는 입장이었고 우리 회사는 확실하게 보장되지만 금액은 적은 월정액으로 갈 것이냐, 거의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터지면 대박이 날 러닝개런티로 갈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 러닝개런티를 선택했다. 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어차피 이 화보는 젊은 친구들 보다는 그 시절을 알고 있는 어느 정도의 나이대가 고객이라고 생각했고 은퇴한 지 오래됐지만 전성기에 얼마나 인기가 많은 연예인이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출에 따라 월비용을 책정하는 러닝개런티가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러닝개런티로 월비용을 제안하고 결정되자,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고객사 담당자는 월비용 계약을 잘했다고 위에서 칭찬도 받았다고 했다.
서비스 결과는 초기 예상과는 달리 대박이었다.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엄청난 매출을 기획사에게 안겨주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올랐으니 좋았지만 만약에 월정액으로 서비스 비용을 책정했다면 러닝개런티로 계약했을 때보다는 훨씬 더 비용을 절감하여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을 아쉬워했다. 가격정책은 판매정책은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영업분야에 맞는 적절한 가격정책과 판매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물론 마케팅팀이나 전략팀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일선에서 뛰는 각 분야 전문영업사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왜 영업분야를 구분해야 하는지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외에도 조직운영 측면에서나 정보공유 측면, 위기 시 빠른 대응 등 영업분야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계량적이든 정성적이든 무수히 많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회사가 분야별, 영역별, 테리토리별로 영업조직을 구성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이글의 제목을 되짚어 보자. 그래서 공공영업을 할까? 민간영업을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에 위의 글은 너무 친절하지 못하다.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이런 포괄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제 영업할 때 공공영업과 민간영업의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대응하게 되는 지를 알려줘야 친절한 금자씨가 아닌 친절한 봉팀장이 될 수 있다. 나도 안다. 그래야 도움이 될 거란 걸. 그치만 이것도 안다. 오늘 글은 읽기에 좀 지루하고 힘들었을 거란 것을. 그래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영업 시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
사족 : 그 당시 우리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줬던 그 연예인화보서비스의 주인공이 궁금하지 않은 가? 나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하지만 참는다. 중요한 본질은 그게 아니니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위대한 이유가 있다. 내가 엄청나게 위에서 말한 두 가격정책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사업을 하는 대학동창이 한 얘기가 있다. "뭘 고민해? 그걸 누가 돈내고 볼 지만 생각해. 그 사람들한테 매력적인 컨텐츠야? 그럼 터질 가능성이 높은거지." 그 친구는 지금도 아주 잘 나가는 벤처사업가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