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참석한 모든 사람은 취해있다. 상황에 따라 형님 아우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1차에서의 분위기가 어떻게 마무리되었느냐는 영업사원의 능력에 제일 크게 좌우되지만, 고객의 성향도 무시 못 한다.
일찍 예를 들어보자. 오래전 완전 영업 새내기 일 때 사단법인 H저작권협회 영업을 한 적이 있다. 거기 본부장을 만나 몇 번의 업무미팅을 거쳐 드디어 첫 술 접대를 하게 된 날. 난 한숨부터 나왔다. 왜냐면일단 나의 영업 인생 첫 술접대이기도 했고, 이후 20년 동안 영업을 하면서 내가 만난 고객들 중 가장 샤이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신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하던가? 하지만 영업을 막 시작한 새내기의 첫 술 접대 고객이 이후 20년 동안 만난 고객들 중 가장 샤이한 사람이었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그분은 심지어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안 하셨다.누군가가 같이 미팅을 했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무슨 심리 상담처럼 항상 1 대 1 미팅. 난 솔직히 그분이 우리 제품을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술 접대에 응하셔서 놀랐던 거 같기도 하다.
문제는 더 있었다.업무미팅이 아니라 심지어 1차 술자리 때도 본부장님은 그 에티튜드를 견지하셨다.예상은 했지만, 완전 말술이었고 뭐랄까 들이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소주를 마셔댔다. 다행히 권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목숨은 부지했지만 그래도 영업사원인데 50%는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무지하게 주량을 넘어 마신 상태였다.
1차가 마무리되어갈 때쯤 이제 힘들어서 더 못하겠다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는데 본부장님은 그날 1차 술자리에서의 6번째 멘트(무려 겨우 6번째다)를 날리셨다.'2차 어디로 가나요?'
이미 1차에서 혼자 떠드느라 지쳐있던 나는 '2차는 없습니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건 영업사원으로서의 DNA를 거부하는 일이라, 마치 준비가 되어 있는 듯이 노래방으로 향하게 되었다. 술은 술대로 꼴아있고 어차피 더 이상은 이 인간과 어울리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 차라 노래방에서의 내 모드는 그냥 미친놈이었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놀 때처럼 접대고 뭐고 나만 재밌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갖은 가무스킬과 흥으로 분위기를 달구었고 다른 손님들이 뭔 일인가 하고 궁금해할 정도로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있는데 이게 웬걸. 그렇게 샤이하던 그분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포즈와 노래 실력으로 그 분위기에 동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샤이하던 그동안의 태도와는 다르게 마치 일주일에 몇번은 노래방을 가는 사람처럼 레퍼토리도 다양하게 훌륭한 노래실력을 보여주셨다. 이렇게 재밌게 놀아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놀고 나서 자리를 마무리하려는 그때.본부장은 벌게진 얼굴로, 땀이 가득 젖은 와이셔츠 소매를 내 어깨에 얹고서는 '상봉아, 나는 니가 참 좋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마도 그때의 희열 때문에 계속 영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고객이 마음을 연 것도 기뻤지만 그때 2차에서의 내 광란이 통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가무가 더해진 2차에서의 꿀팁들을 방출해 보자. 20년 영업을 하면서 무조건 통했던, 사소하지만 기억해 두면 좋을 몇 가지를 알려주려고 한다.그리고 이건 저작권료는 안 꽂히지만 100% 나에게 저작권이 있는, 그래서 후배 영업사원들에게 전수했던 순수하게 내가 개발한 꿀팁이다.
2차 장소는 누가 뭐래도 영업사원의 몫이다.아까 1차 술자리는 결정권이 고객에게 있다고 말했지만 2차 장소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영업사원에게 주도권과 결정권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부분은 노래방을 가게 될 텐데 여기서 중요한 꿀팁하나. 조금 차를 타고 이동하더라도 단골 가게로 가라는 것이다.평소에 접대를 몇 번 했던, 동료들과 함께 갔었든 간에가게 사장을 아는 곳으로 고객을 이끄는 것이 좋다.이유는 많지만 하나를 꼽자면,2차의 경우 1차 술자리에서 무리했다면 술을 더 먹으면 안 되는 상황도 틀림없이 생기기 때문에 사장님께 부탁하여 그때 그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게 도움이 된다.
센스 있는 사장님들은 눈치가 있든, 아니면 영업사원이 몰래 직접적으로 말을 하든 자리의 분위기를 파악할 줄 안다. 누가 접대를 하는 사람이고 누가 접대를 받는 사람인지를 알고 어울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그건 다시 말하면 누가 절대 취해서 실수하면 안 되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2차자리로 입장한다. 입장해서 안주 세팅을 하기전에 하면 좋은 꿀팁이 있다. 차량으로 이동을 하거나 걸어서 이동을 할 때 해도 좋다.
그건고객에게 '오프닝 곡은 반드시 제가 하겠다'라고 선언하는 일이다.노래를 부르러 가는 경우 대부분의 고객은 웬만한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고서는 노래를 먼저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 더해서 그런 사람들은 나에게 노래를 먼저 시키지 않을까도 걱정하고, 누가 먼저 노래를 하지?라는 분위기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미리 얘기해 버려라. 오히려 좀 더당당한 톤으로 '오늘 제가 모시는 날이지만 전 오프닝 곡은 양보 못하겠습니다. 제가 부르겠습니다.'라고 하면 100이면 100 기분 좋게 오케이를 하고 뭔가 2차가 재밌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들 수 있다.꼭 기억하기 바란다.
보너스를 추가하자면 나이대를 불문하고 오프닝 곡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가 제일 좋다. 이 곡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곡이고 전주부터 멜로디가 무척이나 신이 나며,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춤사위가 아니어도 소방차를 연상하게 만드는 킬러 포인트가 있다.
전주가 시작되면 김흥국의 호랑나비 춤처럼 팔을 흔들고 포인트가 되는 시점에 하늘로 벽으로 손짓을 크게 한다. 그리고 1절이 끝나갈 쯤이나 아예 처음부터 고객 또는 같이 온 동료를 불러내어 춤을 춘다. 왜냐면결정적인 포인트인 '간주 때 서로 마이크를 던져 바꿔지는 퍼포먼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과 더불어 대략적으로 그려지리라 생각한다.
너무 디테일한가?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나? 그럼 영업하지 마라. 노래방 한 번만 가서 몇 번만 연습하면 쉽게 큰 효과를 보는 이런 팁조차 습득할 생각이 없으면 영업 그만해야 한다. 꼭 해보라.2차 자리는 처음의 분위기가 거의 팔구십프로 이상을 좌우한다.투자할 만하다.
이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다행히 고객도 싫지 않은 눈치다. 이제 고객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다가온다. 고객이 노래를 부르기 전, 아무리 음치여도 노래를 하고 싶어 하게 만들고 노래를 하면 모두가 환호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이제 영업사원이 그 자리에서 해야 하는 가장 큰 영업이다. 그래서 하나 더 방출.
고객이 노래하기 바로 전에 그대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흥을 돋울 수 있는 노래를 불러라.가장 흥이 나고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노래를 불러 모든 사람이 앞에 나와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노래방에서 가장 최악인 것이 고객이 나가 노래를 할 때 모두가 앉아있는 상황이다. 절대 그런일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먼저 그대가 노래로 흥을 돋구어야 한다. 아예 곡까지 정해주겠다.무조건 소찬휘의 'Tears'다.
이 노래의 장점은 딱 두 가지다.첫 번째는 웬만하면 삑사리 없이 완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래를 신청해서 부르기 전에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도와주겠다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노래 곳곳에 모두가 함께 내지를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가 있다.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남자가 여자키로 불러도 재밌는 노래다.
두 번째는 전주이다.전주가 좀 긴데 이게 오히려 장점이다. 조용히 시작해서 점점 고조되는 전주가 아주 좋다. (비슷한 곡으로 '잘못된 만남'이 있다) 피아노가 나올 때는 피아노를 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막판에 전주가 폭발할 때는 모두가 미친 듯이 신나게 춤을 추게 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잘돼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아마도 둥글게 모두가 춤을 추고 있을 텐데 간주가 시작될 때 돌아가면서 한명씩 중간에서 춤추게 하면 완성이다.심지어 이 곡은 마무리도 깔끔하다.
이제 Tears가 끝나면 분위기는 최고조로 올라왔다.마치 교회 부흥회에서 성령이 불길처럼 은혜가 강물처럼 넘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고객에게 노래를 부르게 해야 한다.교회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고객이 노래할 때 나만 갖고 있는 꿀팁이 또 있다. (오늘 꿀벌들 완전 잔칫날이다.)
교회에는 찬양예배라는 게 있다. 기타를 든 찬양인도자가 복음성가를 인도하면서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는다. 예를 들면 '지금 이곳에 주님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같은.
고객이 하나님은 아니지만적어도 그 순간에 영업사원은 찬양인도자가 돼야 한다.뻘쭘하게 고객이 노래 부르는 걸 듣고만 있는 건 죄악이다.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보자. 너무나 감사하게도 두 눈만 멀쩡하면 화면에 나오는 가사를 미리 볼 수 있지 않은가.
Tears를 예를 들어보자. 가사와 멜로디를 떠올려 보라.
'잔인한~~'을 부르기 전에'내게는 너무도'라는 추임새를 넣어보자.
'두 번 다시~~'를부를 때는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2를 표현해 보자.
'영원히~~'를 부를 때는'언제까지?'라는 추임새를 박자에 맞춰 미리 넣어보자.
어렵나? 이것도 못할 거 같으면 영업하지 말자. 연습하면 다 된다. 트로트는 느려서 더 쉽다. 할 수 있다. 효과는 보장한다.
짧게 하나 더.나이가 많은 고객이라고 다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는다.트로트가 분위기 띄우기는 좋지만, 병적으로 싫어하는 고객도 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접대의 생명은 디테일이다.내가 먼저 자유롭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논다고 생각해야 고객도 편안하고 자유로워진다.난 그걸 글 서두에 언급했던 샤이한 본부장님과의 첫 술 접대 때 절감했다. 즐겁다, 자유롭다라는 최면을 거는 연습을 하라. 의식적으로 안 되면 술에 취하라. 물론 주사는 절대 안 된다.
실컷 노래를 부르고 놀다가도 항상 고객의 얼굴을 살펴야 한다. 아무리 재밌고 유쾌해도 몸이 어느 순간 지칠 때가 있다. 그걸 캐치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며 가볍게 술을 마신다. 만약 고객이 정말 재밌다면 당신에 대한 칭찬과 더불어 예전에는 더 신나게 놀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만족하고 있다는 증표다.
웨이터들에게는 팁을 줘야 한다. 팁을 주지 않으면 분위기가 어색해 진다. 그래서 팁을 주는 꿀팁하나 알려주겠다.처음부터 큰돈(예를 들면 오만원권)을 주는 건 좋지 않다. 이것도 가성비 있게 타이밍을 두고 줘야 한다.난 이런 방법을 썼다. 웨이터들은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혹은 얼음을 갈기 위해, 혹은 팁을 받기 위해 별것도 아닌데 테이블 정리를 하러 가끔 들어온다. 그걸 알고 있는 당신은 처음 안주를 세팅할 때 이렇게 말해 보자
'정확히 23분마다 한 번씩 들어와라. 22분도 안 되고 24분도 안 된다. 나 타이머 맞춰 놀 거다.' 이렇게 말하면서 만원을 쥐어주면 분위기 무지하게 좋아진다.웨이터는 복명복창하듯이 '네. 정확히 23분에 들어오겠습니다.'라고 즐거워하고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프로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분위기를 더 재밌게 할 수 있고, 이런 곳이 낯설어 살짝 불안한 고객들에게는 편안한 느낌도 줄 수 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쩔 땐 다소 어수룩할 필요도 있지만, 자기가 속는다는 느낌만 받지 않게 한다면 대부분의 고객은 베테랑처럼 보이는 영업사원을 선호한다.
이제 2차 자리를 끝내야 할 시간이 왔다. 2차는, 신나게 미친 듯이 놀았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영업이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가까워 왔다고 갑자기 물건 얘기를 하거나 사업 얘기를 하면 안 된다. 마지막까지 그냥 재밌게 놀고 후회 없이 노래하고 춤을 춘 밤으로 기억만 남겨주면 대성공이다.괜히 어설프게 이빨을 드러내면 아마추어 영업사원인 것이다. 다 놀고 땀을 뺐다면 가볍게 라면을 시켜서 같이 먹자. 단언컨대 거기서 먹는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계산은 고객과 같이 있을 때 직접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사장에게 건네준다.이제 마무리라는 시그널을 고객에게 주면서 오늘 내가 이렇게 큰 접대를 한다는 인상도 자연스럽게 준다. 만약 고객이 차를 가져왔다면 카드를 주면서 대리도 부탁한다. 대리기사가 도착하기 전 10분 정도가 좀 애매하다면 라면을 시킬 때 불러도 무방하다. 택시를 타야 한다면 그것도 사장에게 부탁하자. 단골로 가야 하는 이유는 이외에도 세부적인 곳에서 알게 모르게 다양하게 드러난다.
귀가 문자는 꼭 고객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할 필요는 없다. 고객이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보내되'오늘 본부장님 덕분에 아주 즐거웠습니다. 잘 노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잘 들어가시고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도로 보내도록 하자. 이것까지 하고 나면 전에 골프접대 편에서 말했듯이 당신은 그날 가장 영업을 잘한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다.
영업은 개발이다.제품에 대한 지식과 시장이 돌아가는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접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다소 사소하고 천박해 보이는 스킬들과 팁들은 다 내가 개발한 것이다. 한창 내가 영업으로 날릴 때는 경쟁사 영업사원이 자기 돈 들여서 배워보겠다고 술을 사고 현장학습을 한 적도 있다. 그때의 내 별명이 밤의 유재석이었다.ㅋㅋㅋ 아무튼이외에도 무궁무진한 스킬과 팁이 있지만 그걸 다 말할 수 없어 아쉽다.
전에도 말했듯이 영업사원은 자기의 특기가 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음주가무에 능한지, 조크와 말빨이 좋은지, 술을 고래처럼 잘 먹는지, 분위기를 잘 살피는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성실하기만 한지 잘 생각해 보고 특히 제일 잘하는 장점이 뭔지 파악하라. 그리고 이런 글들을 통해서 팁을 체득하라. 그래서 어느 것도 꿀리지 않는 초사이어 영업사원을 꿈꾸고 노력하라.
아는 영업사원은 알겠지만영업도 은근 마약이다. 스테로이드이다.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영업 초기의 안개가 걷히면서 길이 보이고 길 끝에 보물처럼 접혀져 있는 발주서를 보는 순간, 그동안의 더럽고 치사했던 과정이 싹 사라지면서 다른 영업을 시작할 근육이 생긴다. 지금은 번아웃이 되어 잠시 공무원을 하고 있지만 가끔 그 시절이 그립다. 그리운 걸로 봐서는 영업사원은 결코 천시받을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하다.
영업사원은 어찌 보면 갈라파고스 거북이에게 접대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위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본부장의 예처럼완전 외부와 단절되어 한 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유형의 사람도 만나야 하고 접대해야 하고 설득해야 한다.격리되어 어떻게 자라고 커왔는지 모르는 갈라파고스 거북이에게도 토끼뜀을 가르칠 수 있는 자신감과 경험. 그걸 얻기 위해 오늘도 영업사원들은 핸드폰을 들고 미팅을 잡는다.
사족 : 용불용설과 팀워크
접대 자리에 바이어를 앉히는 것부터
타이거우즈의 퍼팅을 선보이고, 말술 때려 마시고, 임재범인가? 노래하고,
아이돌급 춤 실력에, 유재석처럼 분위기 파악하고,
어울리는 멘트, 추임새 던지면서 상대방 니즈 파악하고,
내 요구 티 안 나게 녹이는 짬짬이 내일 있을 영업팀장 회의 꼭지까지 정리할 수 있는 당신.
축하한다. 인생 꽃 길이 당신 앞에 펼쳐져 있다.
만약 당신이 저런 전지전능한 능력자가 아니라면,
팀워크라는 단어의 정의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겠다.
내 기준에서 팀워크란
'내 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서 다른 팀원들이 내 쪽 걱정 없이 자신들의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견수에게 날아가는 플라이볼을 좌익수 우익수까지 잡겠다고 달려들면 결과는 뭐.
괜히 다른 팀원들 업무까지 나서주는 건 작게는 오지랖이고 크게는 그 팀원 밥줄끊는 것에 다름아니다.
나의 팀워크에 대한 정의에 동의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게 보인다.
페이퍼웍 시키면 한숨밖에 안 나오는 김대리의 천상계 음주가무 라거나
점심 식대 1/n 계산에서 보여준 지원씨의 순발력 같은 것들.
어차피 판 큰 하이로우는 혼자 못 먹는다.
내가 못하는 것들은 같이하면 된다.
용불용설이, 불필요한 것들은 퇴화되어 사라지는 것이라면, 못하는 것들 붙잡고 있으면 다른 것까지 썩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